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생산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또 하나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자체 AI 칩 개발을 위한 초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생산 파트너 후보로 삼성전자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나노 공정은 반도체 집적도를 높이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공정으로, AI 반도체처럼 대규모 연산과 높은 전력 효율이 요구되는 제품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된다.
여기에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결합하면 AI 프로세서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간 데이터 이동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최근 AI 반도체 경쟁에서는 미세공정뿐 아니라 패키징 기술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의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공을 들여왔으며, AI 시장 성장과 함께 신규 고객 유치가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앤트로픽은 AI 챗봇 '클로드'를 앞세워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올해 5월 진행한 시리즈H 투자 유치 당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소개하며 "메모리와 저장장치, 로직 칩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메모리 사업뿐 아니라 로직 칩 생산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에 주목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앤트로픽의 AI 칩 생산을 맡게 되면 고객 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테슬라와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여기에 AI 모델 개발 기업인 앤트로픽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다.
업계에서는 AI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는 흐름도 주목하고 있다. AI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AI 칩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TPU, 아마존의 트레이니엄(Trainium),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아(Maia), 메타의 MTIA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앤트로픽 역시 자체 AI 칩을 확보할 경우 학습과 추론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최적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차세대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글로벌 AI 기업을 통해 입증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생산 계약 체결 여부와 구체적인 물량, 양산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향후 협력 성사 여부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 다변화와 AI 반도체 시장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