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기린 이치방 국내 생산 본격화… 수입맥주 역주행 수요 잡는다
하이트진로, 기린 이치방 국내 생산 본격화… 수입맥주 역주행 수요 잡는다
  • 김민지
  • 승인 2026.10.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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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공장서 초도 물량 150만L 생산… 연간 판매량 75%까지 국내 제조 전환 추진
일본산 효모·양조 기준 그대로 적용… 공급 안정화와 물류비 절감 동시에 노린다
하이트진로가 20년 넘게 국내에 유통해 온 일본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직접 생산한다. 사진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가 20년 넘게 국내에 유통해 온 일본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직접 생산한다. 사진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가 일본 맥주 브랜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에 나서며 늘어나는 일본 맥주 수요 대응에 속도를 낸다. 20년 넘게 이어온 수입·유통 중심의 협력 관계를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으로 확장해 제품 공급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일본 맥주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생산 전환이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통합연구소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라이선스 생산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는 전주공장에서 캔 제품 초도 물량 150만L를 생산했으며, 향후 브랜드 연간 판매량의 최대 75%를 국내 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기린이 아시아에서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 파트너사에 생산 라이선스를 부여한 첫 사례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존 유통 파트너를 넘어 제조 기술과 품질 관리까지 공유하는 전략적 관계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양사의 협력은 2004년 하이트진로가 기린 이치방 시보리 병 제품을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에는 캔과 생맥주를 포함한 독점 수입·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2012년부터 국내 판매를 본격화했다. 이후 국내 소비자층을 넓혀온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장 성장세는 국내 생산 전환을 추진한 배경 중 하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내 수입맥주 시장은 연평균 3% 감소했다. 일본 맥주를 제외한 수입맥주 시장의 감소율은 연평균 12%에 달했다. 반면 일본 수입맥주는 같은 기간 연평균 72% 성장했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 역시 판매 확대 흐름을 이어갔다. 2020년부터 2026년 예상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연평균 성장률은 캔 제품 97%, 병 제품 41%, 생맥주 64%로 집계됐다. 브랜드 전체 성장률은 82.4%에 이른다.

수요가 공급 능력을 앞지르는 상황도 국내 생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 내수와 해외 수출 물량이 맞물리면서 한국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을 통해 공급 공백을 줄이고 유통 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생산 방식은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형태다. 하이트진로는 전주공장의 생산라인을 이용해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제조하며, 이번 전환을 위해 별도의 대규모 설비투자나 생산라인 증설은 진행하지 않았다. 기존 생산 기반을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류 효율 개선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로 운송하는 데는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렸지만, 국내 제조 체계를 활용하면 운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품 공급의 유연성을 높이고 운송비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생산 제품은 지난 10월 첫째 주부터 출고되기 시작했다. 유통채널별로 기존 일본산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에 맞춰 국내 생산 제품으로 순차 전환될 예정이다. 판매 실적은 기존 수입 제품과 마찬가지로 하이트진로 실적에 반영된다.

국내에서 생산하더라도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핵심 제조 기준은 유지된다. 양사는 1년 이상 기술 교류와 시험생산을 진행했으며, 지난 7월 라이선스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시험생산 제품은 일본으로 보내 관능검사와 수치 분석을 거쳤고, 정해진 품질 기준을 충족한 뒤 국내 생산 승인을 받았다.

특히 기린의 핵심 양조 기술인 ‘이치방 시보리 제법’을 적용하고, 효모도 기린 생산공장에서 공급받아 전주공장에서 배양해 사용한다. 원료와 양조 온도, 시간, 배합 비율 등 주요 생산 조건 역시 기린이 정한 규격에 맞춘다. 생산지를 국내로 옮기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하이트진로는 2004년부터 약 20년 동안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이번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닌 한층 더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생산과 판매 안정화가 우선이다. 병 제품과 생맥주의 국내 생산, 공동 신제품 개발, 한국 생산 제품의 해외 수출 등은 아직 구체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캔 제품의 국내 생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 생산과 판매가 안정화되면 양사 간 추가 협력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생산 전환은 하이트진로가 성장하는 일본 맥주 시장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존 수입 유통 사업의 운영 방식을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국내 생산이 공급 안정성과 비용 효율을 높이고 판매 확대까지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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