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디파이 멀티체인 한계, 자산 이동보다 어려운 ‘크로스체인 상태 조정’
[오피니언] 디파이 멀티체인 한계, 자산 이동보다 어려운 ‘크로스체인 상태 조정’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4.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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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상호운용성만으로는 유동성 분절 해소 어려워
가격 결정과 결제 기준을 어디에 둘지가 다음 과제로 부상

 

 

글 | 벤 해슬럼, Superset 공동창업자 겸 CTO

탈중앙화 금융(DeFi)은 여러 블록체인으로 빠르게 확장됐지만, 가장 근본적인 조정 문제 중 하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주로 체인 간 토큰 이동, 브리지 보안, 메시징 지연 축소 등 상호운용성 개선에 쏠려 왔다. 그러나 멀티체인 시장에서 더 본질적인 과제는 자산 이동이 아니라 시장 상태(state)의 조정이다.

유동성, 가격, 결제가 서로 다른 원장에 나뉘어 존재하는 한, 탈중앙화 시장은 전통 금융시장처럼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작동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상태란 특정 시점의 포지션, 가격, 담보 수준 등 시장을 규정하는 변수들의 집합을 뜻한다. 디파이에서는 유동성 잔고, 자동화 마켓메이커(AMM) 준비금, 가격 곡선, 오더북 깊이, 담보 비율, 마진 포지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단일 블록체인에서는 이러한 상태가 하나의 결정적 실행 환경 안에 존재한다. 모든 거래는 단일 원장을 갱신하고,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기준 장부를 참조한다. 그러나 시장이 여러 체인으로 확장되면 이 공통 기준은 사라지고, 각 블록체인은 저마다 독립적인 시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 경우 유동성 풀과 가격 함수, 담보 구조는 서로 다른 영역에 분리된다. 겉으로는 하나의 시장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느슨하게 연결된 여러 지역 시장이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에 가깝다. 멀티체인 시장의 구조적 한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브리지는 ‘이동’을 해결할 뿐, ‘시장 조정’을 해결하지 못한다

상호운용성 기술은 흔히 분절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된다. 브리지는 자산을 체인 간 이동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자산 이동의 마찰을 줄이고 자본 이동성을 높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동 문제’의 해법일 뿐, ‘시장 조정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

브리지는 가격 형성 논리나 유동성 깊이를 통합하지 못한다. 공통의 시장 상태를 만들지도 못한다. 예를 들어 세 개의 체인에 유동성이 각각 배치되면 그것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세 개의 시장을 의미하며, 이들은 차익거래를 통해 느슨하게 연결될 뿐이다.

차익거래는 가격 정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구조적 해법은 아니다. 차이를 사전에 막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수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시장 일관성은 지연된 수렴이 아니라 동기화된 상태에서 나온다.

결정적 가격에서 확률적 가격으로

단일 블록체인에서는 가격 발견이 같은 실행 환경 안에서 이뤄진다. 동일한 거래 순서가 주어지면 모든 노드는 같은 가격과 결제 결과를 계산한다. 결제와 가격 형성이 같은 상태 레이어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동성의 움직임도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멀티체인 환경에서는 이런 확실성이 약해진다. 각 체인이 독립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체인 간 차익거래에는 자산 이동과 확인 대기, 서로 다른 실행 환경에서의 거래가 수반된다. 그 결과 가격은 사실상 확률적 성격을 띠게 된다.

한 체인의 호가 유동성이 그 순간의 전체 시장 유동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스프레드는 벌어지며 슬리피지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일정 수준의 실행 품질을 유지하려면 유동성을 여러 체인에 중복 배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분절된 상태 구조가 낳는 구조적 결과다.

‘옴니체인 유동성’의 착시

이 때문에 흔히 말하는 옴니체인 유동성도 상당 부분 착시에 가깝다. 예를 들어 1,000만 달러의 유동성을 세 체인에 각각 배치한다고 해서 3,000만 달러 규모의 통합 시장 깊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서로 분리된 세 개의 유동성 풀이 형성되고, 차익거래가 이들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

이 구조에서는 자본과 리스크 노출이 여러 영역에 중복되고, 모든 참여자가 하나의 가격 및 결제 레이어를 공유하는 단일 시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전통 금융은 중앙 청산과 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런 문제를 줄여왔다. 반면 디파이는 그 기능을 여러 독립 원장에 분산시켰고, 조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유동성이 글로벌이 아니라 로컬 단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왜 ‘표준 상태’가 중요한가

성숙한 금융 시스템은 모두 권위 있는 상태 기준에 의존한다. 전통 금융에서는 중앙 청산소와 결제 시스템이 표준 결제를 정의하고 일관된 실행을 보장한다. 디파이에서는 각 블록체인이 사실상 개별 청산 시스템 역할을 수행하지만, 체인 간 유동성을 조정하는 공통 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크로스체인 시장이 일관되게 작동하려면 상태가 차익거래에 의해 사후적으로 맞춰지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유동성은 일관된 가격 레이어를 기준으로 작동해야 하고, 실행은 특정 조정 체계 안에서 결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기준 없이 유동성 분절을 피하기는 어렵다.

자산 이동에서 상태 조정으로

그동안 크로스체인 기술의 핵심 질문은 토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것인가였다. 그러나 이제 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가격 결정 권한과 유동성 조정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가다.

허브-앤-스포크와 같은 구조는 가격과 유동성 로직을 하나의 조정 레이어에 집중시키고, 자산 보관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각 체인에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려 한다. 이런 체계에서는 실행 결정이 조정 영역을 거치고 자산은 각 체인에 남는다. 상호운용성을 단순한 이동 기술이 아니라 시장 조정 구조로 다시 바라보는 접근이다.

왜 이 문제는 구조적으로 어려운가

크로스체인 상태 분절을 해결하려면 유동성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단일 체인을 전제로 만들어진 초기 AMM 구조도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지연 시간, 결제 조정, 실행 순서 같은 까다로운 설계 선택이 뒤따른다. 이런 문제는 브리지 개선이나 지갑 추상화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결국 핵심은 탈중앙성과 조정된 시장 상태를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에 있다. 이 긴장이 멀티체인 시장 설계의 핵심 과제다.

탈중앙화 시장의 다음 단계

스마트 계약은 금융 로직의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열었고, 상호운용성 기술은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다음 단계는 체인 간 상태 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크로스체인 상태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정되지 않는 한, 디파이 시장은 유동성 분절, 실행 불일치, 낮은 자본 효율성 문제를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상태를 조정하는 일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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