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배워야 하는가 — ‘정답’이 아니라 ‘사고 과정’이다
5화 |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배워야 하는가 — ‘정답’이 아니라 ‘사고 과정’이다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5.1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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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미래를 동시에 관통하는 교육의 선택, 원서 읽기와 ‘How’를 묻는 힘

 

5회 연재 기획안 

1화 AI 시대, 배움의 기준이 사라졌다
→ AI가 ‘표현’과 ‘결과’를 대체하면서 기존 학습의 기준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무엇을 왜 배워야 하는지 혼란을 느끼는 상태를 짚는 화

2화 지금, 언어 학습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표현의 도구였던 언어가 ‘이해와 해석의 도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언어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화

3화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 단어·문법·유창성 중심의 기존 영어 실력 개념을 깨고, 구조·맥락·이해 중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화(문해력 강조)

4화 도파민 중독보다 무서운 “딸각”뇌.
→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고 “반응”한다. AI의 답변 구조가 우리 아이 들의 생각하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화

5화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배워야 하는가
→ 변화된 언어의 역할과 영어의 개념 위에서, 입시와 미래 모두를 관통하는 교육의 선택 기준을 제시하는 결론 회차

 

글 | 강상우 크레버스 미래전략 본부장

4화까지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AI는 표현을 대신하고, ‘딸깍 뇌’는 사고를 생략하며, 아이들은 점점 '생각하는 경험' 없이 '정답 소비 경험'만 쌓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에 무엇을 기준으로 배워야 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하는가. 

먼저 분명히 해두고 싶다. AI를 멀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을 거부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AI는 이미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의 기본 인프라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이 사고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묻는 일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이해의 과정'이다. 

결국 AI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역량은 빠르게 답을 얻는 능력이 아니라, 답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나는 두 가지 배움의 기준을 제안한다. 

1. 요약본이 아닌 ‘원서(Original Text)’를 끝까지 읽어내는 경험

AI 시대에 아이들이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긴 호흡의 사고’다. 클릭 한 번이면 AI가 수백 페이지의 책을 세 줄로 요약해주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요약본을 소비하는 순간, 아이의 뇌는 저자가 정교하게 설계해 놓은 논리의 계단을 오를 기회를 박탈당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영어 원서를 읽혀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원서는 단순히 영어 실력을 키우는 도구가 아니다. 낯선 언어로 쓰인 수만 개의 단어와 문장 사이를 헤치며, 저자의 숨은 의도를 추론하고, 전체의 맥락을 스스로 구축해가는 최고 난이도의 인지 훈련이기 때문이다. 

AI가 제공하는 매끄러운 번역본이나 요약본은 ‘딸깍 뇌’를 만들 뿐이다. 반면, 거칠고 딱딱한 원서의 날것 그대로를 스스로의 힘으로 소화하는 과정은 아이의 '시스템 2(System 2)'를 가동시킨다. 한 권의 원서를 끝까지 읽어낸 아이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파편 속에서 본질을 꿰어내는 사고의 골격을 갖게 된다. 지금의 수능과 학평이 요구하는 추상적 지문에 대한 구조적 이해력은 바로 이 '독서의 근육'에서 나온다. 

2. AI에게 ‘What’이 아닌 ‘How’를 묻는 힘

AI를 잘 쓰는 것은 분명 능력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AI를 '정답 자판기'로 쓴다. "답이 뭐야?", "한 줄 요약해줘." 이것은 사고를 외주 주는 것에 불과하다. 

반면, 현명한 아이는 AI에게 '과정'을 묻는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순서로 생각해야 해?", "내 논리에 빠진 부분이 있어?", "이 글의 구조를 어떻게 분석하면 좋을까?" 

중요한 진실은, 이런 질문(How)은 사고를 기반으로 문해력을 키워온 학생들만이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글에 정교한 논리 구조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스스로 논리를 세워 본 경험이 있는 아이만이 AI를 '사고의 파트너'로 부려먹을 수 있다. 문해력이 없는 아이는 AI에게 결과만 구걸하지만, 사고의 기반을 통해 문해를 배운 아이는 AI를 통해 자신의 논리를 확장한다. 이것이 AI 시대에 '생각하는 근육'을 전제로 한 문해력 훈련이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진 이유다. 

입시와 미래. 두 마리 토끼가 아닌 '하나의 길'

부모들은 종종 당장의 입시와 미래 역량이 충돌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 그 두 방향은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 

2026 수능 영어(2025 시행) 1등급 3.11%, 2026 고1 학력평가 1등급 4.38%. 

이 숫자들은 단순히 시험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가가 요구하는 역량의 질(Quality)이 바뀌었다는 선언이다. 빠른 반응이 아니라 긴 사고의 지속, 암기가 아니라 구조적 이해, 정답의 소비가 아니라 논리의 재구성. 지금의 입시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AI가 대신할 수 없는 능력들이다. 

결국 입시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과 AI 시대를 살아갈 힘을 키우는 것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확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있는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AI가 요약해 준 내용을 소비하게 하고 있는가, 아니면 원문을 끝까지 읽고 스스로 정리하는 경험을 쌓게 하고 있는가. AI에게 답을 받아오게 하는가, 아니면 AI와 함께 생각하는 과정을 훈련시키고 있는가. 

기술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표현과 요약의 영역은 기술의 몫이 되겠지만, 그럴수록 인간에게 남는 본질은 단 하나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쉽게 '딸깍'하지 않고, 끝까지 읽고, 스스로 연결하며, AI에게 '과정'을 묻는 아이. 그것이 우리가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가장 본질적인 역량이다. 

AI 시대의 배움의 기준은 여기에 있다.

필자 소개
강상우 크레버스 미래전략 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Duke University 경제학과, 대원외고를 졸업했다. 현재 그는 크레버스에서 THE OPEN 콘텐츠·수업 총괄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의료·엔터테인먼트 AI 회사 전략 총괄을 수행했고 미국 입시 컨설턴트 등의 경력을 두루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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