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매출과 영업이익 중심의 재무 성과에서 사회·환경적 영향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SK의 사회적가치(SV) 측정 모델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지난해 32조2000억원 규모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고 19일 밝혔다. 2018년 첫 측정 당시와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규모다. 8년간 누적 사회적가치 창출액은 155조원에 달한다.
사회적가치는 기업 활동이 고용과 납세, 환경, 안전, 협력사 지원, 사회공헌 등에 미친 영향을 금액으로 환산한 개념이다. SK는 이를 경제적가치와 함께 경영의 핵심 지표로 관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단순한 성과 규모보다 ‘측정 방식’ 자체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와 규제 당국은 기업들에게 환경·사회적 영향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량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논의가 확대되면서 비재무 정보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SK의 지난해 사회적가치 가운데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31조8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영향은 마이너스 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회공헌 등 사회성과가 3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환경 부문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가 환경성과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기업들이 첨단산업 확대와 탄소 저감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향후 기업들의 투자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수익성만으로 평가받던 사업도 앞으로는 환경 비용과 사회적 기여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ESG 전문가는 "사회적가치를 계량화하면 기업이 창출한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환경 부담이나 사회적 비용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향후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도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대출 금리나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적가치 측정 체계가 고도화될수록 기업들은 재무제표 외에도 사회·환경 성과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과 책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축적한 사회적가치 측정 노하우를 외부와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추진해 보다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ESG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SK의 사회적가치 측정 모델이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방식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