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은 어떻게 거장을 만드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탐구정신
AI 강국은 어떻게 거장을 만드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탐구정신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9.01 2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조성갑 Ph.D. 
아메리카 AI 기술대 아시아 총장(skc1777@naver.com)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1642–1727)은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왜 물체는 아래로 떨어지는가’를 끊임없이 탐구했다. 이러한 질문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이어졌다. 뉴턴은 물리학과 수학의 기틀을 마련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뉴턴은 1642년 크리스마스에 영국 링컨셔 울스소프에서 미숙아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뉴턴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 입학해 고전철학을 공부했지만, 곧 데카르트와 갈릴레이, 케플러의 과학 및 수학 사상에 매료됐다. 이후 독창적인 탐구를 거듭하며 세계 과학사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 됐다.

대한민국 역시 뛰어난 과학기술의 역사를 지닌 나라다. 고려청자와 신라의 직조 기술, 장영실의 측우기, 최무선의 화약 제조 기술은 당대의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준다. 1377년에 인쇄된 『직지심체요절』은 서양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보다 약 78년 앞선다. 이순신의 거북선도 세계사에 빛나는 우리 조상들의 업적이다. 후손으로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해외에서 개발된 거대언어모델(LLM)을 앞다퉈 사용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필자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왜 한국에서는 세계 과학기술의 흐름을 바꾸는 인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생성형 AI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단백질 구조를 해석하는 혁명 뒤에는 한때 ‘불가능한 연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길을 걸어온 ‘AI의 연금술사들’이 있다. AI 시대를 연 핵심 거장 7명의 삶과 업적을 살펴보고,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에 남기는 묵직한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AI 시대를 만든 거장 7인의 이력서

①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 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턴은 1947년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캐나다 출신 연구자다.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인공지능 박사학위를 받은 뒤 “컴퓨터도 인간의 뇌처럼 학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신경망 연구를 이어갔다.

1980~1990년대 ‘AI의 겨울’이 찾아오면서 연구비 지원이 끊기고 동료들로부터 이단아 취급을 받았지만, 그는 토론토대학교에서 묵묵히 연구를 계속했다. 역전파(Backpropagation) 알고리즘의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했으며, 2012년 이미지 인식 AI ‘알렉스넷(AlexNet)’을 통해 딥러닝 혁명에 불을 붙였다. 2018년 튜링상에 이어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② 얀 르쿤(Yann LeCun) ― 시각지능의 개척자

얀 르쿤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해 온 AI 연구자다. 파리 피에르·마리 퀴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AT&T 벨연구소와 뉴욕대학교를 거쳤으며, 현재 메타(Meta)의 수석 AI 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가 신경망을 외면하던 시기에 그는 영상 인식에 특화된 구조를 연구했다. 대표적인 업적이 컨볼루션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다.

기존의 일반 인공신경망은 이미지의 수많은 픽셀을 1차원 데이터로 펼쳐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위치와 공간 구조가 손실되고 학습 파라미터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CNN은 이미지의 2차원 또는 3차원 격자 구조를 유지한 채 주요 특징을 추출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CNN이 이미지와 공간 정보 처리에 강점을 지닌다면, 순환 신경망(RNN·Recurrent Neural Network)은 문장이나 시계열처럼 시간적 순서가 있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특화돼 있다. 르쿤의 연구는 1990년대 미국 은행의 수표 필기체 인식 시스템에 활용됐으며, 오늘날 자율주행과 얼굴 인식, 의료 영상 분석 AI의 핵심 기반이 됐다.

③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 게임 천재에서 노벨상까지

데미스 허사비스는 영국 출신으로, 13세에 체스 마스터 수준에 오른 신동이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며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야 AI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뇌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에는 딥마인드(DeepMind)를 공동 창업했다.

게임을 위해 연구한 알고리즘은 오늘날 AI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2016년 ‘알파고(AlphaGo)’는 세계 바둑계와 과학기술계를 뒤흔들었다. 이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해 신약 개발과 생명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허사비스는 이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④ 팀닛 게브루(Timnit Gebru) ― 책임 있는 AI의 선구자

팀닛 게브루는 1983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태어났다. 15세 때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난민 출신 연구자다.

스탠퍼드대학교 박사과정에 진학하기 전 애플에서 신호처리 및 컴퓨터 비전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얼굴 인식 AI가 유색인종과 여성의 얼굴에서 높은 오류율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힌 ‘젠더 셰이즈(Gender Shades)’ 연구에 참여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구글의 윤리적 AI(Ethical AI) 팀 공동 리더를 거친 뒤 분산인공지능연구소(DAIR)를 설립했다. 현재는 포용적이고 공정하며 책임 있는 AI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⑤ 아니마 아난드쿠마르(Anima Anandkumar) ― 자연현상을 계산하는 AI 연구자

아니마 아난드쿠마르는 인도 마이소르(Mysore)에서 태어났다. 인도의 기초교육 과정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AI 연구자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신경 연산자(Neural Operator) 연구를 발전시키며 물리 법칙과 기상 변화, 유체 흐름, 핵융합 반응처럼 복잡한 자연 현상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척했다.

엔비디아(NVIDIA)의 AI 연구 수석 디렉터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교수를 맡아 신약 개발, 기후 변화 예측, 반도체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⑥ 알리 파르하디(Ali Farhadi) ― 실시간 사물인식 기술의 개척자

알리 파르하디는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현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UIUC)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실시간 객체 탐지 알고리즘 ‘욜로(YOLO·You Only Look Once)’ 연구에 참여했다. YOLO는 한 번의 처리 과정으로 이미지 속 여러 사물의 위치와 종류를 판별해 객체탐지 기술의 흐름을 바꿨다. 오늘날 자율주행과 CCTV 영상 분석, 로봇 비전 등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파르하디는 현재 앨런인공지능연구소(AI2) 최고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AI2는 OLMo를 비롯한 AI 모델과 연구 성과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개방형 AI 생태계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⑦ 앤드루 응(Andrew Ng) ― AI 교육의 문턱을 낮춘 연구자

앤드루 응은 영국에서 태어나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성장했다. 그는 딥러닝 연구를 대중화하고 AI 교육의 접근성을 크게 높인 인물이다.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프로젝트를 공동 설립하고 바이두(Baidu)의 AI 연구를 이끌었다. 또한 세계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를 공동 창업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AI와 컴퓨터 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업적은 새로운 알고리즘의 개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기술을 일부 연구기관과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지식으로 확산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왜 한국에서는 이런 인재가 나오기 어려운가

한민족은 오랜 역사 속에서 뛰어난 창의성과 기술적 역량을 보여왔다. 그런데 왜 오늘날 한국에서는 세계 과학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연구자가 나오기 어려운가.

첨단기술의 선두에 서려는 한국의 의지는 강하다. 그러나 제프리 힌턴이나 데미스 허사비스 같은 인물이 한국의 토양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데에는 시스템의 차이가 존재한다. 실패와 비주류 연구를 기다려 주지 않는 문화, 창의성을 충분히 키우지 못하는 교육제도, 문과적 출세와 사회적 명예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관습적 가치관이 새로운 인재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더 행복하고 부유한 나라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이 글을 쓴다.

힌턴이 30년 넘게 ‘쓸모없는 연구’라는 평가를 견디며 신경망 연구에 매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지원하는 장기적인 기초과학 생태계가 있었다.

반면 한국의 연구 환경은 1~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 수와 단기 사업화 실적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장기간 실패할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기초연구나 비주류 연구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유연성도 부족하다. 허사비스는 체스 선수와 게임 개발자, 뇌과학자, AI 연구자의 길을 차례로 걸으며 학문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과 연구조직은 의대 쏠림 현상과 학과 중심의 폐쇄성 등 단편적인 진로 구조에 갇혀 있다. 융합형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좁다.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끌어당기는 생태계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생태계의 차이도 크다. 현재 공유 중인 문서인 『미국의 세계 최강국 성장 비결』에서도 지적했듯이, 미국의 힘은 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여 자국의 연구와 산업 자산으로 만드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구글과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의 자본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깨는 연구가 가능하다. 출신 국가와 관계없이 능력과 성과를 인정하는 문화도 세계 각국의 연구자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된다.

한국은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거대 AI 모델을 훈련할 자본과 슈퍼컴퓨팅 환경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차이가 존재한다. 인재를 길러내는 일과 함께 세계적인 연구자가 스스로 찾아오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를 주도하는 인물을 배출하려면 코드를 잘 짜는 기술자를 키우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30년 동안 비주류 연구를 고집해도 생존할 수 있는 장기 연구환경이 필요하다. 실패를 탐구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학문을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개방적인 생태계도 갖춰야 한다. AI 강국의 미래는 해외에서 개발한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는 문제를 끝까지 탐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을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지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영문버전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Independent journalism on technology, industry and the forces reshaping Korea and the world.
  • Korea IT Times Co., Ltd. | 34 Gukjegeumyung-ro 8-gil, Yeongdeungpo-gu, Seoul, Republic of Korea
  • Business Registration No. 206-86-32195
  • Tel. +82-2-578-0434 | 010-2442-9446 |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 Editor-in-Chief: Younsoo Chung | Youth Protection Manager: Choul-woong Yeon
  • ©2004–2026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