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요소생산성 최대 3.5% 끌어올릴 전망… 사회안전망 강화 필요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연간 25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디지털 정보 처리와 규칙 기반 업무가 많은 전문직과 사무직을 중심으로 고용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공개한 ‘인공지능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뒤 AI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는 연간 63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실제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인력은 25만6000명으로 분석됐다. 이는 2024년 전체 취업자의 약 2.1%에 해당한다.
AI에 의한 대체 위험은 중·고숙련 직종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연구개발·정보통신 분야와 경영·사무직을 비롯해 판매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직종은 업무 과정에서 디지털 정보를 처리하거나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작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남창우 KDI 선임연구위원은 연구개발·정보통신 및 경영·사무 분야에 대해 디지털 정보 처리와 규칙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많아 세부 업무가 AI를 통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금 수준이 높은 직업군일수록 AI 자동화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직 역시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군으로 분류됐다. 결제 처리와 재고 확인처럼 정형화된 절차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고객과의 대면 소통이나 공감, 돌봄 등 인간 간 상호작용이 핵심인 서비스·사회복지 분야는 AI가 업무를 전면적으로 자동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AI 확산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일자리 감소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KDI는 향후 10년 동안 생성형 AI가 국내 경제에 확산될 경우 총요소생산성이 1.5~3.5%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산출량을 늘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 차원에서도 AI 도입으로 상용근로자 1인당 매출액이 약 20%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AI의 확산은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양면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동시에 노동시장 충격을 어떻게 흡수할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KDI는 AI 자동화로 인한 고용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을 대상으로 직무 재설계와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AI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전문직을 중심으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직무 전환과 임금체계 변화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 확산으로 계약 기간이나 노동 형태가 불규칙한 비정형 노동과 플랫폼 노동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AI 시대의 노동시장 변화가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라 직무 자체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 발전에 맞춰 근로자의 역량을 전환하고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정책적 대응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