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사이트 전원 수요 타고 미국 시장 공략
두산퓨얼셀이 AI 데이터센터를 앞세워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인공지능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발전소와 전력망을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온사이트(On-Site) 전원’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2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두산의 미국 자회사 하이엑시엄(HyAxiom)과 5014억원 규모의 인산형 연료전지(PAF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두산퓨얼셀이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에 진입하는 첫 사례다. 공급 물량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8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하이엑시엄에 전달되며, 하이엑시엄은 이를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예정이다.
AI 데이터센터가 미국 연료전지 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른 것이 이번 사업의 배경이다. AI 서비스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망 확충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구축되는 반면 전력 인프라 확보에는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전력 공급 시점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인근에 발전설비를 직접 설치해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는 BTM(Behind The Meter)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료전지는 이 같은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별도의 대규모 송전망 구축 부담을 낮추면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은 PAFC의 안정적인 발전 성능과 연속 운전 역량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시설에서는 발전 효율뿐 아니라 전력 공급의 신뢰성과 유지보수 편의성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설치 속도와 증설 편의성 역시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두산퓨얼셀과 하이엑시엄은 계약 이후 약 1년 안팎에 미국 현지 고객 사이트에 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모듈형으로 구성된 연료전지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경우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식 냉동기나 히트펌프와 연계하면 전력 생산뿐 아니라 냉각 시스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이 큰 데이터센터에서 발전과 냉각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통합 에너지 솔루션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수소 활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수소 인프라가 확대될 경우 기존 설비를 개조해 수소 연료 기반 발전 모델로 전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탄소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미국 진출에는 두산그룹 내 계열사 간 역할 분담도 작용했다. 하이엑시엄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개발부터 영업,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수행, 시운전,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LTSA) 등을 담당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익산공장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며 800MW 이상의 연료전지 설치 실적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영업과 장기 유지보수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생산 및 기술 역량도 해외 시장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국내 수소발전 입찰시장(CHPS) 등을 통해 연료전지 산업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두산퓨얼셀은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기술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현재 연간 약 275MW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두산퓨얼셀은 향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단순한 서버·네트워크 시장을 넘어 전력 생산과 저장, 냉각 등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에너지 산업 전반의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력망 확보가 데이터센터 증설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만큼 현장 발전이 가능한 연료전지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산퓨얼셀은 이번 대규모 공급계약을 북미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시설까지 적용처를 넓혀 글로벌 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