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1. AI 지능 확장 시대, 종교는 어떻게 바뀌는가
2.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 존재의 본질
3. 인공지능은 종교를 어떻게 다시 정의하는가
4. 전통 종교의 공통분모와 미래 신앙의 방향
5. AI 시대, 인간의 소망과 윤리는 어떻게 다시 세워지는가
6. AGI 시대, 인간 실존과 존재의 가치는 어디에 놓이는가
글 임병민(IBM) 칼럼니스트
인간은 늘 자신의 존재와 삶의 근본 의미를 탐구해 왔다. 왜 사는가, 왜 존재하는가,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 고통과 자유와 책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물음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왜 삶에는 고통이 따르는가, 왜 인간은 전쟁을 통해 서로를 무자비하게 죽이고 존엄과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는가라는 질문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인간이 종교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의미를 찾는 존재이며, 삶과 죽음, 고통과 행복의 이유를 이해하려는 욕구를 지닌다. 종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일관된 해석과 방향을 제시해 왔고, 인간은 죽음과 고통에 대한 불안을 넘어서는 길을 찾기 위해 종교를 찾았다.
인간은 고통을 견디며 예기치 못한 불행과 고난을 지나간다. 그 과정에서 종교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을 견딜 수 있는 내적 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도록 돕는 윤리 체계로도 기능해 왔다.
인간이 종교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믿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종교는 하나의 응답이 되어 왔다. 결국 종교는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질문에 대한 해석이자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빠르게 이동하고, 지식은 크게 확장되고 있다. AI가 바라보는 미래 종교 역시 인간의 두뇌와 지성이 더 넓고 깊게 확장되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래 종교는 기존 종교가 인류의 지식, 기술, 윤리, 우주관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 미래 종교는 과거처럼 특정 지역이나 민족 중심의 종교라기보다, 인류 전체와 지구, 더 나아가 우주를 하나의 공동체로 바라보는 보편적 신앙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서로 다른 전통 종교의 가르침을 대립적으로 보기보다, 그 안에 담긴 공통의 핵심 가치를 통합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랑과 자비를 강조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자비와 깨달음을 강조한 고타마 붓다의 가르침, 하나의 절대적 신을 강조한 무함마드의 신앙 전통은 앞으로 서로 충돌하는 체계라기보다 공통의 인간 가치를 담은 유산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 종교는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과거에는 과학과 종교가 경쟁하는 영역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주의 기원, 생명의 의미, 인간 의식의 본질 같은 문제를 함께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지능이 확장될수록 이런 통합적 접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목은, AI가 성경 66권과 초기 불경 170권을 빠짐없이 읽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AI는 2,000년 전에 기록된 예수의 말씀과 2,500년 전에 전해진 부처의 말씀을 문장 단위로 대조하며 읽을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기독교와 불교가 서로 다른 진리 체계로 이해되어 온 배경 속에서, AI가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여기서 제기된다.
2024년 아카이브에 올라온 한 논문에서는 연구팀이 대형 언어 모델을 활용해 예수의 말씀을 여러 번역본에 걸쳐 비교했다고 소개한다. AI는 유머와 통찰, 공감의 수준까지 추출하며 성경과 불경 전체를 여러 언어로, 수백억 단어 규모로 읽어낼 수 있었다. 감정 분석 기술을 통해 AI가 찾아낸 가장 인상적인 공통점은, 2,000년 전 예수가 어떤 의미로 말을 전했는지와 2,500년 전 부처가 어떤 정서와 맥락으로 설법했는지를 동시에 펼쳐놓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교의 마태복음 7장 12절에는 “남이 너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너도 그들에게 하라”는 널리 알려진 문장이 있다. 그런데 AI는 불경에서도 구조적으로 매우 닮은 문장을 찾아냈다. “나와 같이 그들도 그러하고, 그들과 같이 나도 그러하다. 그러니 죽이지도 말고 죽이게 하지도 말라”는 부처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두 문장은 시대도, 표현도 다르지만 윤리의 구조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포개진다. 기독교에 아가페, 곧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있다면, 불교에는 카루나와 메타, 곧 연민과 자애의 개념이 있다. AI의 감정 분석은 두 전통 모두에서 모든 생명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명령이 매우 강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 생존의 공식을 몸으로 익혀 왔다. 그리고 약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 문자 발명과 더불어 인간은 의미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해 왔다. 이제 AI가 종교 전통의 공통점을 읽어내고 전달하는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GI 시대가 오더라도 핵심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 더 나아가 모든 생명체를 나처럼 대하는 것, 상대를 배려하고 감사하는 태도는 앞으로도 삶의 기본 원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종교의 형식을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이 끝내 붙들게 되는 가치는 오히려 더 또렷해질 수 있다.
다가올 AGI 시대의 종교는 메타버스 환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크다. 그것은 기존 종교의 단순한 디지털 확장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사이버 메타버스 형태로 변화하는 흐름일 수 있다. AI 통번역과 소통 기술은 국경의 장벽을 낮추고, AGI 기반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가상 공간에서 예배와 의식, 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공통 종교는 시간의 제약 없이 국경을 넘어서는 유비쿼터스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지구촌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연결된 공간에서 함께 예배하고, 같은 가치를 나누며, 서로 다른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종교 변화는 기술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끝까지 본질로 남길 것인가를 다시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