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하루에도 수차례 방향이 뒤바뀌는 극심한 변동성을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과 미국 기술주 흐름, 외국인 수급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지만, 이제는 국내 시장 구조 자체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중심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가 같은 날 내놓은 보고서는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규모가 미국보다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은 기초자산 거래대금의 20~30%에 달했다. 미국의 마이크론이나 테슬라 레버리지 ETF가 4~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의 쏠림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레버리지 ETF 가격이 급락하면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 주식을 추가 매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더 떨어지고, 다시 ETF가 추가 매도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최근 기관 순매도의 상당 부분이 ETF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든 책임을 ETF에 돌리는 것은 무리다. AI 투자 둔화 우려와 글로벌 반도체 업종 조정도 중요한 원인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오전장 변동성이 더 컸다는 점을 들어 ETF만으로 최근 급락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일한 원인'이냐가 아니다. 시장 충격을 확대하는 증폭 장치(amplifier) 역할을 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자동차 사고도 도로 결빙만이 원인이 아니다. 과속이 결합되면 피해가 훨씬 커진다. 지금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비슷하다.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시키는 구조라면 제도적 점검은 당연한 일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내 시장 구조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 비중이 절대적이다. 여기에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까지 대규모 자금을 흡수하면서 특정 종목의 변동성이 코스피 전체를 흔드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개인투자자는 ETF를 사고, ETF는 기초주식을 사고, 주가가 흔들리면 ETF는 다시 기초주식을 팔아야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급락장이 시작되면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자산운용사들과 만나 시스템 리스크와 과열 마케팅에 우려를 표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신호다.
하지만 우려를 표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자 진입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위험 상품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경험이나 위험 이해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운용사들의 리밸런싱 과정에 대한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 특정 시간대에 대규모 매매가 집중돼 시장 충격을 키우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리밸런싱 방식 개선이나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상품 공급 속도도 점검 대상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순기능이 있지만, 시장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공급은 결국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속도다. 금융시장의 위험은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해서는 늦다. 시스템 리스크는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다가 충격이 발생하는 순간 한꺼번에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개별 금융상품보다 금융 시스템 전체의 연결 구조가 위기를 키웠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특정 종목 의존도가 크다. 여기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면 금융당국은 '시장 자율'이라는 원칙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시장 안정이라는 공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혁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혁신은 시장 신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품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서둘러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더 늦기 전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위험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