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산업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까지 보안 관리 범위를 확대한다. 원전 관련 기술정보와 공급망을 노린 사이버 위협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안 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 협력사의 방어 체계를 강화해 원전 산업 전반의 보안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21일 원자력 분야 146개 협력사의 보안 담당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보안관리 제도 개선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기존 한수원 중심으로 운영되던 보안 관리 체계를 협력사로 확대하고, 원전 산업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사이버 보안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사이버 공격이 개별 기업을 직접 노리는 방식에서 협력사나 외부 공급망을 경유해 핵심 시스템에 접근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원전과 같은 국가 중요시설의 경우 사이버 보안의 범위를 개별 기관의 내부 시스템에 한정하기보다 공급망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협력사가 보유한 기술자료나 정보시스템이 공격의 통로로 활용될 경우 원전 운영기관의 보안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산업계에서도 협력업체의 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한수원은 이날 설명회에서 변화된 보안관리 제도와 협력사 지원 방안을 소개했다. 주요 내용은 협력기업 보안 수준 평가제도와 기술정보 전주기 보안관리 플랫폼, 사이버 보안관제 시스템 구축 지원사업 등이다. 참석자들과 실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보안 관련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도 공유했다.
‘협력기업 보안 수준 평가제도’는 협력사가 원전 산업 공급망에 참여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보안 역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한수원은 협력사의 보안 수준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함으로써 공급망 전체의 보안 취약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술정보 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한수원은 협력사에 제공하는 기술자료의 전송부터 보관, 활용, 반납, 파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통제할 수 있는 ‘기술정보 전주기 보안관리 플랫폼’을 운영해 기술정보 유출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보안 전문인력과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중견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한수원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사이버 보안관제 시스템 구축 지원사업’을 추진해 해킹과 악성코드 등을 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통합 보안장비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실시간 보안관제 서비스도 제공한다.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안 인력과 시스템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외부 전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협력사의 실질적인 사이버 공격 탐지 및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원전 산업의 사이버 보안을 ‘개별 기업의 책임’에서 ‘공급망 공동 대응’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전 관련 기술정보가 여러 협력사를 거쳐 이동하는 만큼 정보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고, 보안 취약 기업에 대한 지원까지 병행하는 것이 공급망 보안 강화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수원은 앞으로도 협력사와의 보안 협력을 확대하고 제도와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단순한 보안 규정 준수를 넘어 협력사가 실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해 원전 산업 전체의 보안 회복력을 높인다는 목표다.
손봉순 한수원 노사협력처장은 “이번 보안관리 제도 개선을 통해 협력사들이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보안 설비와 인력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어져 협력사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