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이제는 '동맹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K-방산, 이제는 '동맹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 연철웅
  • 승인 2026.07.0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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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신뢰를 수출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 사진=한화오션 제공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 방산의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방산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과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한국 방산은 새로운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경쟁은 무기의 성능이 아니라 국가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 방산은 이미 글로벌 1군에 진입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이 NATO 핵심국의 전략무기 사업 최종 경쟁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방산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의 위치 자체를 바꿔 놓았다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장보고-Ⅲ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육·해·공 주요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고 수출하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은 물론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도 한국 방산은 더 이상 '가성비'로 평가받지 않는다. 생산 능력과 기술력, 신속한 납기,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글로벌 Tier 1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보여준 것은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의 경쟁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방산 외교 2.0'이 경쟁력이다

전략무기 시장에서는 기업이 혼자 경쟁할 수 없다. 외교와 금융, 산업 협력, 정보보호 협정, 공동훈련, 현지 생산, 유지·보수(MRO), 사이버보안, AI 기반 전장체계가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움직여야 한다. 방산 경쟁은 기업의 영업력이 아니라 국가의 종합 역량을 평가하는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은 이번 캐나다 사업에서 잠수함만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 NATO 운용체계와 장기 안보 협력,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제시했다. 이것이 '방산 외교 2.0(Defense Diplomacy 2.0)'의 본질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방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제조 역량이었다. 빠른 생산과 높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 약속한 납기를 지키는 능력은 한국을 세계적인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전략무기 시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상대국이 평가하는 것은 무기 자체보다 앞으로 30년, 40년, 50년 동안 함께 운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신뢰다. 제조 경쟁력 위에 국가 신뢰를 더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경쟁력이 된다.

무기를 수출에서 안보를 함께 설계하는 나라로

앞으로의 방산 수출은 플랫폼 판매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육과 훈련, 현지 산업 육성, 공급망 구축, 성능 개량, 데이터 관리, AI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사이버 방어 체계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된다. 무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 시스템을 함께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이제는 '무기 수출국'을 넘어 '안보 파트너 국가'라는 새로운 비전을 준비해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도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

방산의 변화는 AI 산업이 가고 있는 방향과도 닮아 있다. AI 경쟁은 알고리즘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개별 기업의 경쟁을 넘어 국가 시스템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산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기업의 기술력은 출발점이다. 최종 경쟁력은 국가가 어떤 외교 역량과 산업 생태계, 금융 지원, 국제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AI와 방산은 서로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국가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 방산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방산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와 국가가 신뢰를 구축하는 새로운 경쟁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앞으로 세계 방산시장의 경쟁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 위에 외교를 더하고, 산업 위에 금융을 더하며, 신뢰 위에 동맹을 설계할 수 있는 국가가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를 만드는 능력을 증명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함께 안보를 설계할 수 있는 국가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것이 K-방산의 다음 경쟁력이자, AI 시대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새로운 국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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