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7만 달러 아래로 밀리면서 시장에는 다시 한 번 약세장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단기 모멘텀은 둔화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축소하고 있으며, 파생시장에서는 헤지 수요도 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가격 흐름만 보면 전형적인 하락 국면의 초입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격 이면에서는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개인 투자자의 심리 위축과 달리, 주요 금융기관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OB 공동창립자 돔 하즈(Dom Harz)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확신을 갖고 시장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기관급 ‘고래’ 지갑의 매집 움직임에 주목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공격적인 축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당시 현물 비트코인 ETF로 약 6억 1,6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던 시기와 맞물린다. 단순한 반등 베팅이 아니라, 구조적 확신에 기반한 자금 배치라는 해석이다.
이번 흐름은 과거 사이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전 약세장에서는 가격 급락이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ETF, 기관 수탁, 규제권 내 투자 채널이 확대되면서 가격 변동이 곧바로 시장 이탈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투자자 구성이 성숙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돔 하즈는 이를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으로 설명한다. 기존 금융 인프라는 다층적 중개 구조 위에 구축돼 있어 비용과 시간, 복잡성이 누적돼 왔다. 반면 비트코인은 단일 프로그래머블 기반 위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로,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정산 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전망은 단순한 가격 상승 기대를 넘어선다. 비트코인이 성숙한 글로벌 결제 레이어로 자리 잡을 경우, 복잡한 금융 인프라를 단순화하고 ‘신뢰 최소화(Trust-minimised)’ 디파이 환경에서의 은행 기능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6조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진화하는 ‘엔드게임’을 상정한다.
물론 약세 신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 금리 수준, 규제 변수, 위험자산 회피 심리 등 거시적 요인은 여전히 시장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기관의 매집이 이러한 리스크를 제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축을 단기에서 장기로 이동시킬 뿐이다.
현재 시장은 단기적 취약성과 장기적 확신이 공존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 가격 차트는 조정을 말하지만, 자금 흐름은 전략적 축적을 보여준다. 이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변동성이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점차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관건은 이 긴장 관계다. 순환적 하락과 구조적 채택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시장은 다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분명한 점은, 주요 금융기관들이 첫 번째 충격에 물러서기보다는 보다 긴 시간대를 염두에 둔 재배치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은 안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