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록 속에 남아 있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무대를 실제 시민들이 걸을 수 있는 역사 탐방 코스로 재현한다. 단순한 추모 캠페인을 넘어 디지털 기술과 일상적인 걷기·러닝을 결합해 독립운동의 역사를 현재의 경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은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협조를 받아 광복 81주년 기념 캠페인 ‘18,776명의 독립운동가 기억하길’을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에 등록된 독립운동가 1만8776명의 활동 기록을 SK텔레콤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2’로 분석하고, 이를 위치정보와 연결해 실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역사 코스로 구현한 것이다.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장소와 역사적 의미를 AI가 분석해 현재의 도시 공간과 연결하면서, 도로명이나 지명에 남아 있는 독립운동의 흔적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의 도산대로와 백범로, 매헌로처럼 일상적으로 접하는 길 이름 역시 안창호·김구·윤봉길 선생의 이름과 정신을 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처럼 익숙하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을 ‘기억의 길’로 재해석했다.
캠페인을 위해 마련된 코스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주요 도시 10곳에 걸쳐 총 44.6㎞ 규모로 구성됐다.
각 코스에는 지역과 독립운동의 특성을 반영한 주제가 붙었다. 서울 종로구에는 ‘독립을 이끈 여성들을 기억하길’, 서울 중구·종로구에는 ‘교육으로 밝힌 독립운동을 기억하길’, 인천에는 ‘교복 입은 영웅들을 기억하길’, 천안에는 ‘천안 만세의 불꽃을 기억하길’ 등이 조성됐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가수 션, 마라토너 이봉주, 뮤지컬 배우 홍지민, 독립운동가 후손 등이 참여했다.
정 CEO와 션은 서울 종로구의 여성 독립운동가 관련 코스를 직접 달렸다. 새문안교회에서 출발해 근우회관 터와 송계월 하숙 터 등을 거쳐 열린송현 녹지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가수 션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두고 “누군가의 딸이나 아내, 어머니가 아닌 독립운동의 주체로 앞장섰던 이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라토너 이봉주는 서울 중구와 종로구를 연결하는 교육 관련 독립운동 코스를 달렸다. 인천 코스에는 뮤지컬 배우 홍지민이 참여했으며, 홍씨의 부친인 홍창식 선생 역시 16세의 나이에 항일 활동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다.
천안 코스에는 독립운동가 이교옥 선생의 증손녀 최서윤 씨가 참여해 가족의 기억을 직접 이어갔다.
SK텔레콤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독립운동사를 책이나 전시관에서 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공간을 이동하며 경험하는 참여형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를 활용해 방대한 역사 기록을 장소 정보와 연결했다는 점이 이번 캠페인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기록 데이터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동 경로로 전환함으로써 역사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도 기업의 광복절 캠페인이 일회성 기부나 광고 중심에서 벗어나 AI·위치정보·러닝 플랫폼을 결합한 체험형 사회공헌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AI를 통신·산업 분야뿐 아니라 역사·보훈 콘텐츠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기술의 사회적 활용 범위를 넓힌 사례라는 평가다.
일반 시민도 러닝 앱 ‘런데이(RunDay)’를 활용해 전국 10개 코스를 직접 걷거나 달리며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코스 참여자와 공식 유튜브 영상에 응원 댓글을 남긴 이용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2026 무한도전 Run in 경주’ 참가권도 제공한다.
캠페인 참여자들의 여정을 담은 영상은 지난 8일 SK텔레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독립기념관 내 미디어큐브에서도 한 달간 상영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