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양산에 돌입하며 AI 인프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AI 메모리 사업을 넘어 고성능 스토리지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AI 토털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PCIe 6.0을 적용한 기업용 SSD ‘PM1763’ 양산을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컴퓨팅 플랫폼 ‘베라루빈(Vera Rubin)’에 적용되는 핵심 저장장치로, AI 서버 성능을 좌우하는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양산을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생태계 내 입지를 넓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AI 서버 시장은 GPU와 HBM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공급하는 고성능 SS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AI 모델 학습뿐 아니라 추론 과정에서도 방대한 데이터 이동이 필요해지면서 기존 메모리 구조만으로는 비용과 용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I 추론 과정에서 활용되는 키밸류(Key-Value) 캐시 수요가 증가하면서 D램을 보완할 새로운 메모리 계층으로 eSSD가 주목받고 있다. 고용량과 안정적인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춘 기업용 SSD가 AI 서버의 핵심 인프라 부품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시장 성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기업용 SS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AI 서비스 기업들이 데이터 처리 능력 확대를 위해 서버 투자를 늘리고 있어 고성능 스토리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기업용 SSD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eSSD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설계부터 컨트롤러, 펌웨어 기술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 역량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번 PM1763 출시는 삼성전자의 AI 메모리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회사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 HBM4, 저전력 메모리 모듈, 기업용 SSD 등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하며 AI 서버 생태계 전반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단일 제품 공급을 넘어 AI 서버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이다. GPU 성능 향상만으로는 AI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만큼, 메모리 대역폭과 저장장치 성능까지 함께 최적화하는 역량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과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동시에 활용할 경우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고객과의 협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생태계 핵심 기업들과 협력 범위를 확대하면서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AI 서버 시장은 GPU뿐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며 “HBM부터 eSSD까지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AI 인프라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제품군 확대를 통해 AI 시대에 대응하는 종합 솔루션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