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의 주변 수단에서 글로벌 금융 인프라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경 간 결제와 외환, 기업 자금 관리에서 활용이 확대되면서 기존 환거래은행 중심의 국제 결제 구조도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노먼 우딩(Norman Wooding) SCRYPT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Korea IT Times와의 인터뷰에서 “결제는 여러 환거래은행을 거치는 연쇄 구조에서 벗어나 언제나 열려 있는 하나의 결제 레이어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직접 보유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자금 수단이 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러나 AI의 실제 금융 자율성은 기술적 능력보다 신뢰와 책임, 권한 통제, 감사 체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딩 CEO는 40개 이상의 관할권에서 규제 기반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다뤄왔다. 그는 디지털 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국가와 뒤처지는 국가를 가르는 기준으로 명확성, 일관성, 규제 당국과 산업계의 소통을 제시했다.
다음은 노먼 우딩 SCRYPT CEO와의 일문일답이다.
Q1.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활용 수단에서 글로벌 결제와 기업 자금 관리를 위한 핵심 금융 인프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향후 5~10년 동안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금융 시스템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전망하는가?
노먼 우딩: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과거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으로 들어가는 진입 수단이었다. 이제는 국경 간 결제와 기업 자금 관리, 외환거래 등 자금이 실제로 이동하는 방식이 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금융기관들이 지금은 동일한 결제망 위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결제다. 결제는 여러 환거래은행을 연속적으로 거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언제나 열려 있는 하나의 레이어로 전환된다. 신용과 수탁, 규제 준수 체계도 모두 그 레이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해외로 몇 초 만에 자금을 보내 본 사람은 은행의 업무 마감 시간과 시차, 단계마다 부과되는 수수료가 존재하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앞으로 10년 안에 ‘암호화폐’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인프라는 특별한 기술로 인식되지 않을 때 비로소 성공한다. 그것이 바로 스위스 최대 스테이블코인 거래 플랫폼인 SCRYPT가 하는 일이다. 자금이 실제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Q2. 아프리카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인 활용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는 지역 중 하나로 부상했다. 달러 부족과 통화가치 변동, 비효율적인 국경 간 결제망 등 어떤 구조적 문제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는가? 아시아의 정책 당국과 금융기관은 아프리카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노먼 우딩: 무엇보다 필요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아프리카가 어떤 백서를 보고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하고 달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몇 초 만에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달러는 혁신이라기보다 현실적인 구제 수단이다.
그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환거래은행들이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철수하면서 달러를 안팎으로 이동시키는 비용은 높아졌지만, 자금 이동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존 자금 흐름은 그대로 존재했고, 스테이블코인은 더 효율적인 결제망을 제공했다.
올해 SCRYPT는 케냐와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나이지리아로 결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것은 투기 수요가 아니라 상업적 수요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규칙을 제정하고 합법적인 채널에 허가를 부여한 국가에서는 관련 활동이 제도권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반대로 금지한 국가에서는 시장이 지하로 이동했지만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은행과 결제 기업의 고객들은 이미 이러한 결제망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 현실적인 질문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것인지가 아니라, 누가 고객을 위해 그 결제망을 운영할 것인지다.
Q3. AI가 금융 서비스를 변화시키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있다. AI와 스테이블코인이 결합해 차세대 지능형 금융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으로 보는가?
노먼 우딩: AI는 이미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자금을 직접 보유할 수는 없다. AI 에이전트가 특정 폐쇄형 플랫폼 안에서 다른 사람의 카드를 빌려 사용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잔액을 보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에이전트 경제는 실제 자금과 접촉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현재로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보유하고 이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달러다. 따라서 제약 요인은 AI의 능력이 아니라 신뢰다. AI 모델은 여전히 환각 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은 해당 모델을 도입한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SCRYPT는 현재 고객이 자체 자금을 운용하는 범위에서 안전장치를 적용한 에이전트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실질적인 금융 자율성을 확보하기까지는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거래 한도와 권한, 권한 철회 기능을 구축하고 이사회가 승인할 수 있는 감사 기록을 마련해야 한다.
Q4. 40개 이상의 관할권에서 규제 기반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다뤄왔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로 부상하는 국가와 뒤처질 위험에 놓인 국가를 구분하는 규제 원칙은 무엇인가?
노먼 우딩: 명확성과 일관성, 그리고 적극적인 소통이다.
기업에는 명문화돼 있고 쉽게 바뀌지 않는 규칙이 필요하다. 규제가 엄격하더라도 명확한 체계가 있으면 그에 맞춰 사업을 계획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기반으로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발표 자료에 담긴 계획만으로는 규제 체계라고 할 수 없다. 기업은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규칙을 기반으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스위스를 선택한 이유는 규제 당국이 기업과의 논의에 응했기 때문이다. SCRYPT의 자산운용 부문은 현재 스위스 금융기관법(FinIA)에 따라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의 승인을 받은 포트폴리오 운용사로서 디지털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중요한 차이는 벽에 걸어두기 위한 허가증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선스다. 많은 국가가 규제 체계를 발표했지만, 실제로 기능하는 라이선스를 발급한 국가는 그보다 훨씬 적다.
Q5. 국경 간 결제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영역 중 하나다. 결제 속도를 높이는 것 외에 기업이 인터넷에서 정보가 이동하는 것처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자금을 이동시키려면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가?
노먼 우딩: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마지막 단계다. 결제의 전체 속도는 가장 느린 단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현지 유동성과 현지 통화, 인가받은 지급 파트너가 결제 기술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둘째는 자금 이동 속도에 맞춘 규제 준수다. 이사회가 거래 과정을 감사할 수 없다면 금융기관은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거래 심사와 분석 기능은 결제가 끝난 뒤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결제 경로 안에 포함돼야 한다.
셋째는 서로 다른 규제 체계 간의 상호 인정이다. 유럽의 패스포팅 제도는 실질적인 진전이지만 유럽의 경계에서 멈춘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새로운 국경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규정집이 필요하다. SCRYPT는 고객이 이러한 복잡성을 직접 처리하지 않도록 대신 흡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간극을 해소하면 자금은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사실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움직였어야 한다.
Q6. 각국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 토큰화 금융자산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가? 이들 모델이 서로 경쟁할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구성하는 상호보완적인 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노먼 우딩: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다만 각각의 역할은 아직 정립되는 과정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개방형 24시간 결제 레이어가 되고 있다. CBDC는 국가가 발행하는 주권적 금융수단이기 때문에 그 역할은 중앙은행이 결정해야 한다. 은행은 신용과 예금, 고객 관계를 계속 담당하며, 많은 은행이 새로운 결제망에 저항하기보다 이를 기존 시스템과 연결하고 있다.
토큰화된 자산은 자금이 수익을 창출하도록 한다. SCRYPT는 프랭클린템플턴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인 ‘벤지(BENJI)’를 통합했다. 이에 따라 고객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벗어나지 않고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달러를 미국 국채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고객의 관점에서 이 모든 요소는 자금이 이동하고 운용되며 보관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결합된다. 앞으로의 경쟁은 스테이블코인과 CBDC, 은행, 토큰화 자산이라는 네 가지 모델 사이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실질적인 경쟁은 네트워크의 운영 방식과 책임 주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과 그렇지 않은 시스템 사이에서 벌어질 것이다.
Q7. 한국은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AI·디지털 경제 국가로 도약하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주요 허브로 성장하려면 한국은 어떤 전략적 과제를 우선해야 하는가?
노먼 우딩: 한국은 대부분의 시장이 갖추고 싶어 하는 출발 조건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소비자와 세계적인 연결성, 경쟁력 있는 기술기업, 깊이 있는 자본시장을 갖추고 있다.
수요 역시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한국 이용자들은 국내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체계가 마련되기 전부터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집단에 속했다. 이러한 정책을 어떤 순서로 추진할지는 한국의 정책 당국과 금융기관이 결정할 문제다. 현재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문제는 실제로 매우 어렵다. 그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내려져야 하는지에 대해 내가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보다 제한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향후 10년을 계획하는 기업은 이상적인 규제 체계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현재 집행 가능한 규칙이 존재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정책의 지연 자체도 하나의 신호로 해석한다.
또 하나 보호해야 할 부분은 해외로 연결되는 결제 경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결제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한국 기업은 여전히 그 결제망 밖에 있는 해외 거래 상대방에게 자금을 결제해야 한다.
상호운용성과 해외 라이선스의 인정은 현재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칙만큼 중요하다. 한국은 대부분의 국가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나는 한국이 앞으로 무엇을 구축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