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1. 한국전쟁과 그 글로벌 유산: 전장(戰場)에서 해외입양까지
10. 한국 사회에서의 반미주의
필진│리야드 무수디 (Riyad Moosoody)
한국 사회에 반미주의가 존재한다면, 그 범위와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이러한 세대 간 인식의 변화는 서울–워싱턴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2018년, 서울의 연구진은 한국의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미국 사회와 미국인, 그리고 미국이 한국·한반도·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개방형 설문지를 개발했다. 이 설문에는 중학생 270명과 그 부모(어머니 270명, 아버지 270명), 고등학생 140명과 그 부모(어머니 140명, 아버지 140명)가 참여했다. 총 1,230명의 응답자는 다음 질문에 대해 서술형 답변을 제공했다.
미국의 다음 측면에 대한 인식은 무엇인가: (a) 사회, (b) 사람들, (c) 기업, (d) 정부, (e) 문화, (f) 가치관, (g) 한국에 주둔한 미군
미국이 한국의 다음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은 무엇인가: (a) 사회, (b) 경제, (c) 기업, (d) 인구, (e) 문화, (f) 정치, (g) 남북 관계, (h) 통일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인식은 무엇인가: (a) 정치적, (b) 경제적, (c) 안보, (d) 문화적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미국 사회에 대해 복합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회를 진보적이고 능력주의적인 사회로 인식하는 동시에, 이윤 중심적이며 배타적이라고 보는 경향도 존재했다. 대학생들은 미국 사회를 진보적·능력주의적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이윤 중심적이고 배타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성인은 미국 사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은 가장 낮았다. 대학생들은 미국을 한편으로는 존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하는, 양가적인 인식을 보였다. 특히 대학생들은 미국 사회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긍정적 측면을 인식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이들은 미국 사회를 법치적이고, 능력주의적이며, 진보적인 사회로 볼 가능성도 가장 낮았다.
미국 사회에 대한 인식
이러한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생들은 미국인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이들은 미국인을 자기중심적인 존재로 볼 가능성이 높았고, 책임감 있고 개방적이며 실용적이고 존중받을 만하며 자신감 있는 존재로 인식할 가능성은 낮았다. 반면 성인은 미국인을 개방적이고 존중할 만하며 자신감 있는 존재로 볼 가능성이 높았고, 자기중심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젊은 세대가 미국의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만을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며, 이는 부모 세대의 인식과는 현저히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기성세대는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일부는 전쟁을 직접 경험했다. 그 결과 이들은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고 건설하는 데 기여한 긍정적 역할을 인식하고 있다(Kim, 2016, 32쪽).
반면 젊은 세대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에 성장했으며, 이후 미국 언론은 이 사건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도해 왔다. 1980년 이후 미·한 관계는 불공정한 무역 협상, 처벌받지 않은 미군 범죄, 편향적으로 인식된 스포츠 경기 결과와 반응 등과 함께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왔다. 젊은 세대는 이러한 부정적 미디어 보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를 상쇄할 긍정적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더욱이 미국 정부와 기업은 긍정적인 정보 제공이나 교류 확대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한국인들이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Kim, 2016, 34쪽).
기성세대는 빈곤과 사회적 혼란의 시기에 성장했으며, 당시 ‘메이드 인 USA’는 품질과 동경의 상징이었다. 반면 젊은 세대는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국으로 부상한 시기에 성장했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적 선두주자이며, 현대는 조선 및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리더이고, 포항제철은 철강 산업의 세계적 기업이다. 한국 기업들은 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Kim, 2016, 124쪽). 한국산 제품은 미국산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기성세대가 미국 팝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면, 젊은 세대는 한국 힙합과 랩을 듣는다. 이들은 미국 팝 음악을 더 우수하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낮다.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해 자신감과 낙관을 갖고 있으며, 자신과 국가를 위해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확산되는 반미 정서는 젊은 세대가 자국의 자기결정권을 요구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2020년, 프랑스 보르도대학교 한국학과가 스테판 쿠랄레(Stéphane Couralet) 교수의 주도로 조직한 강연 시리즈에서 필자가 만난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나라’가 아니라, 새로운 기여자이자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었다. 한국은 아직 세계 무대에서 완전한 경제·정치적 위상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젊은 세대의 인식 속에서 현실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감 있게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대외 관계에서도 주체가 되기를 요구한다.
개방형 설문조사 결과는 반미 감정이 강하더라도, 그것이 직접적인 개인적 접촉이나 경험에 기반한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한국 응답자들은 주로 미디어와 비공식적 접촉을 통해 반미 정서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접촉과 지식이 더 많은 성인들은 미국 사회와 미국인의 영향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히고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응답자의 대다수는 미국 사회나 미국인과 직접적인 접촉 경험이 없었다. 이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직접적인 교류가 반미 정서를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시사한다. 중·고등학생 대상 후속 인터뷰에서도 이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얻고 공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충분한 정보나 개인적 접촉이 제공될 경우, 강한 반미 감정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 미국학, 문화, 관광을 체계적으로 홍보하는 기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반미 정서는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자간 경제적 관계의 종말: 1997년의 위기
1997년 위기는 어떻게 한·미 간 경제적 후원 관계를 종식시켰을까.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을 지원해 왔다. 많은 이들은 이 관계가 1980년대 중반, 한국이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통상 갈등이 심화되면서 종료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적 후원 관계는 1997년 금융위기까지 지속됐다. 한국이 자금 조달이 가장 절실했던 시점에—일부는 미국의 무분별한 자본계정 자유화 정책을 지적한다—미국 재무부는 위기를 계기로 한국과의 오랜 통상 갈등을 정리하며 등을 돌렸다(Tcha, 2004, 164쪽).
저자 소개
리야드 무수디(Riyad Moosoody)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을 ‘희망과 평화’의 관점에서 연구한다. 그는 한국전쟁의 사학사와 참전용사의 역할을 연구해 왔으며, 연구 분야는 한국 통일, 냉전, 그리고 한국전쟁이 전 세계 국가들에 미친 사회·정치·경제적 영향에 걸쳐 있다. 그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남북한, 유럽이 얽힌 새로운 냉전 구도 속에서 전쟁이 어떻게 지정학을 계속 형성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