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 AI 국가 인프라 ①] 심평원 AI 심사 첫발, 의료영상 AI가 국가 인프라로 들어온다
[의료영상 AI 국가 인프라 ①] 심평원 AI 심사 첫발, 의료영상 AI가 국가 인프라로 들어온다
  • 연철웅·정연진 기자
  • 승인 2026.09.04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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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상판독 결과를 무릎관절 진료비 심사에 첫 적용

미국은 병원 운영체계·성능 레지스트리·한시적 보상을 연결

 

의료영상 AI가 진단 보조를 넘어 건강보험 심사체계로 확대되고 있다. AI가 의료영상을 분석하지만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이 맡는다. / Korea IT Times AI 제작 일러스트레이션

 

연재를 시작하며

의료영상 인공지능(AI)은 병변을 찾아내는 진단 보조 기술을 넘어 병원의 진료 흐름과 국가검진, 건강보험, 의료데이터 체계를 연결하는 운영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임상적 가치는 판독 정확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PACS·RIS·EMR 연계, 데이터 표준화, 보안, 허가 이후의 성능관리, 보험 보상과 환자 성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Korea IT Times는 2026년 9월 4일부터 10월 23일까지 매주 금요일 총 8회에 걸쳐 한국과 미국·유럽 등 주요 의료시장의 정책, 병원 도입 사례, 기업 전략을 비교·분석한다. 의료영상 AI가 국가 의료 인프라로 정착하기 위한 조건과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경쟁력을 구체적인 제도 변화와 임상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연재 순서

9월 4일 | 심평원 AI 심사 첫발, 의료영상 AI가 국가 인프라로 들어온다
9월 11일 | 의료영상 AI 통합 플랫폼 경쟁
9월 18일 | 폐암검진 AI와 국가검진 사후관리
9월 25일 | 유방암 AI, 간격암 감소와 진단시간 단축으로 임상 가치 확인한다
10월 2일 | 뇌졸중 AI, 영상 분석을 치료와 환자 회복으로 연결한다
10월 9일 | DICOM 표준화와 의료영상 AI의 성능·보안 관리
10월 16일 | 임상 성과에 연동하는 의료영상 AI 수가
10월 23일 | 한국 의료영상 AI의 세계시장 전략
 

AI가 건강보험 심사 과정에 들어오다

의료영상 AI의 산업적 성패는 알고리즘이 병원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연결되고 실제 진료 성과가 지속적으로 검증되는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 영상에서 병변을 탐지하는 제품은 빠르게 늘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PACS·RIS·EMR 연계와 성능 감시, 의료진의 대응 절차, 오류 발생 시 책임, 보상체계가 도입 속도를 좌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시작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9월 1일 그동안 참고자료로 활용해 온 AI 의료영상 판독 결과를 무릎관절 퇴행성관절염 진료비 심사 업무에 처음 적용했다고 밝혔다. 의료영상 AI가 병원의 진단 보조와 기업의 제품 영역을 넘어 건강보험 행정 과정에서도 직접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심평원은 2018년부터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 자동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척추·무릎관절·요로결석 영상의 판독 결과를 심사 참고자료로 활용해 왔다. 축적된 의료영상과 판독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개선하고 전문가 검증을 거친 뒤, 검증을 마친 무릎관절 분야부터 AI 결과를 실제 심사 절차에 연결했다.

심사 담당자는 AI 판독 결과를 관련 심사자료와 함께 확인한다. 전문적·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례는 심사위원이 다시 검토하며, AI 판독 결과만으로 심사 결과를 결정하지 않는다.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린다는 원칙도 내부 운영·윤리 기준에 명시됐다.

심평원은 무릎관절에서 시작한 적용 범위를 척추와 요로결석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운영 결과와 판독 정확도를 지속해서 점검할 계획이다. 반복적인 의료영상 확인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절감된 시간을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심사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홍승권 심평원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그동안 참고 목적으로 활용해 온 인공지능 의료영상 판독 결과를 심사에 처음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AI 운영·윤리 원칙을 기반으로 심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적용의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하려면 향후 구체적인 운영 데이터가 제시돼야 한다. AI 적용 전후의 평균 심사 소요시간과 담당자 처리 건수, AI와 심사자의 판정 일치율, 심사위원 재검토 비율, 오류 유형, 의료기관의 이의신청 결과가 주요 평가 지표가 될 수 있다. 모델별 정확도와 업데이트 이력, 성능 저하 판단 기준, 사용을 일시 중단하는 절차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상 진료용 AI와 보험심사용 AI는 목적과 위험 구조가 다르다. 진료용 AI는 질환 발견과 치료 결정을 지원하고, 보험심사용 AI는 청구의 적정성과 심사 효율을 판단하는 과정을 보조한다. 두 영역 모두 영상 품질과 데이터 대표성, 사람의 감독, 판정 근거의 추적 가능성, 오류 정정과 이의제기 절차를 요구한다.

미국 의료계는 이러한 과제를 병원 단위의 운영체계로 구체화하고 있다. 노스웰헬스(Northwell Health)의 제임스 태니컬(James Thannickal)은 지난 8월 5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Imaging Informatics in Medicine’에 발표한 논평에서 의료영상 AI를 개별 제품의 집합이 아닌 병원의 핵심 운영 역량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태니컬이 제시한 체계는 임상 목적, 워크플로 조정, 통합 아키텍처, 거버넌스와 안전, 측정과 분석, 지속적 개선 등 6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병원은 AI를 도입하기 전에 적용할 환자군과 진료 단계를 정하고, PACS·RIS·EMR에 연결되는 경로와 의료진의 대응 절차를 설계해야 한다. 도입 이후에는 임상 성과와 업무시간, 오류, 비용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며 모델의 유지·업데이트·중단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병원이 여러 기업의 AI 제품을 각각 도입할수록 통합 작업과 관리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응급 CT 분류, 폐결절 검출, 유방촬영 분석, 뇌졸중 탐지 솔루션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PACS에 연결되면 의료진이 여러 화면과 경고체계를 오가야 할 수 있다. 제품별 업데이트와 장애, 접근권한, 로그, 사이버보안을 관리하는 비용도 늘어난다.

의료영상 AI 플랫폼의 경쟁력은 여러 알고리즘을 하나의 임상 흐름에서 작동시키는 능력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촬영이 끝난 영상을 적합한 AI에 자동으로 전달하고, 분석 결과를 영상과 판독목록에 표시하며, 필요한 정보를 EMR과 연계하는 전 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특정 기업의 알고리즘을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과 제품 장애 시 우회 절차도 중요하다.

허가 이후의 성능이 국가 의료의 품질을 좌우한다

미국영상의학회(ACR)는 지난 5월 의료영상정보학회(SIIM)와 공동으로 마련한 첫 의료영상 AI 실무지침을 승인했다. 이 지침은 2026년 10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AI 제품의 선정과 도입 전 시험, 실제 사용 성능 감시, 지속적인 품질개선 절차를 제시한다.

지침은 병원에 임상의와 영상의학과 전문의, IT·정보보호 인력, 데이터 전문가, 법무·컴플라이언스 담당자, 경영진이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조직을 두도록 권고한다. 병원이 사용하는 모든 AI 제품의 명칭과 버전, 적용 목적을 기록하고 현지 환자와 장비 환경에서 도입 전 수용성 시험을 실시하도록 했다. 실제 사용 과정에서는 성능 저하와 안전 문제를 감시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사용을 중단하는 기준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지침 작성위원장인 펜실베이니아대 영상의학과 테사 쿡(Tessa Cook) 교수는 이 지침이 AI의 선정부터 도입, 성능 감시, 지속적 품질개선까지 영상의료기관이 따라야 할 절차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SIIM 이사회 의장 나빌레 사프다르(Nabile Safdar)는 의료 AI의 책임 있는 활용은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ACR은 지침과 함께 AI 품질 레지스트리인 ‘Assess-AI’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임상 AI의 출력과 영상의학과 판독문에서 추출한 대리지표를 비교하고, 익명화된 환자 특성과 검사 메타데이터를 결합해 도입 이후의 성능을 추적한다. 참여기관은 같은 목적으로 AI를 사용하는 다른 기관의 종합 지표와 자사 결과를 비교하고,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병원 내부에서 다시 조사할 수 있다.

Assess-AI는 현재 두개내출혈, 폐색전증, 기흉, 대혈관폐색, 골연령, 경추골절, 유방밀도 등 12개 의료영상 AI 적용 분야를 지원한다. ACR의 크리스토프 발트(Christoph Wald)는 기관별 AI 성능을 시간에 따라 확인하고 동일한 용도의 전국 집계 지표와 비교함으로써 병원이 제품 선택과 위험관리를 주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레지스트리는 허가 당시의 성능과 실제 진료 환경에서 나타나는 성능 사이의 격차를 확인하는 장치다. 환자 구성과 질병 유병률, 장비 제조사, 소프트웨어 버전, 촬영 조건이 달라지면 같은 알고리즘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전국 단위 전문학회 레지스트리는 개별 병원에서 충분한 표본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드물게 발생하는 오류 패턴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AI 의료기기의 전체 제품 수명주기 관리와 실제 사용 성능, 모델 변경을 주요 규제 과제로 다루고 있다. FDA의 AI 의료기기 목록은 허가 제품과 심사자료를 공개하지만, AI 관련 용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식별하기 때문에 모든 AI 의료기기를 포괄하는 목록은 아니라고 명시한다. FDA는 향후 기반모델과 대규모언어모델(LLM), 멀티모달 구조를 적용한 의료기기를 별도로 식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도적 기반이 구체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AI 적용 디지털의료기기의 변경관리계획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8월에는 AI 디지털의료기기 우수 관리체계 인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허가 당시의 성능 평가를 넘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변경, 품질관리 전반을 관리하려는 흐름이다.

한국은 식약처의 허가·변경관리 정보와 병원의 품질관리 자료, 심평원의 보험심사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제품명과 버전, 적용기관, 촬영장비, 환자군, 오류 유형, 임상 결과에 따라 구조화하면 국가 차원의 의료영상 AI 성능감시 기반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환자정보 보호와 기업의 영업비밀, 병원별 데이터 관리 권한을 고려해 수집 범위와 접근권한을 먼저 정해야 한다.

보상체계 역시 의료영상 AI의 도입과 운영 방식에 영향을 준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2027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2026년 10월 1일부터 에이닥(Aidoc)의 ‘CARE Multi-Triage CT Body’를 사용하는 일정 요건의 메디케어 행위별수가제 입원환자 사례에 신기술 추가지불제도(NTAP)를 적용한다.

이 기술은 흉부·복부·골반 CT를 분석해 긴급성이 의심되는 여러 소견을 선별하고 의료진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2027 회계연도의 추가지급액은 적격 사례당 최대 137.53달러다. 모든 CT 검사에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정액은 아니며, 기술비용의 65%와 기존 입원환자 진단군별 포괄수가를 초과한 비용의 65% 가운데 더 적은 금액이 지급된다.

NTAP는 새 기술이 시장에 진입한 초기 2~3년 동안 병원의 도입비용 일부를 보전하는 한시적 장치다. CMS는 2028 회계연도 신청부터 혁신의료기기에 적용해 온 간소화된 대체 경로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 관련 기업은 신규성과 비용 요건뿐 아니라 기존 기술보다 상당한 임상적 개선을 제공한다는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의료영상 AI 보상도 알고리즘 사용 건수보다 환자 결과와 의료체계 전체의 효율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판독시간 단축, 응급환자 우선순위 조정, 추가검사 감소, 치료 개시 시간, 추적검사 이행률, 간격암 감소, 재입원, 환자당 의료비 변화가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초기에는 한시적 보상을 적용하되, 다기관 실사용 근거가 축적되는 과정에 맞춰 지급 수준과 지속 여부를 조정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민감도와 특이도는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 요건이며, 다기관 외부검증과 병원 시스템 연계, 사이버보안, 버전 관리, 실제 사용 성능 보고 능력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한다. 제품의 정확도가 높더라도 의료진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경고 피로를 높이면 임상적 가치는 제한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폐암과 흉부질환, 뇌질환, 유방암 등에서 전문 알고리즘과 해외 인허가 경험을 축적해 왔다. 다음 과제는 개별 질환의 분석 결과를 의료진의 판독목록과 EMR, 국가검진의 사후관리, 보험체계에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병원과 정부도 도입 계약에 초기 통합비용과 유지비, 데이터 접근권한, 성능 보고, 업데이트 책임, 장애 대응시간, 계약 종료 이후의 데이터 처리 조건을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의료영상 AI는 설치 이후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는 고정형 장비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환자집단과 촬영환경이 변하고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면서 성능과 위험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지속적인 측정과 관리가 임상적 가치와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는 전제가 된다.

한국은 단일 건강보험체계와 국가검진, 광범위하게 구축된 디지털 의료영상 환경, 경쟁력 있는 AI 기업을 갖추고 있다. 이 자산을 통합·감시·보상 체계로 연결하면 의료영상 AI는 개별 병원의 진단 보조 솔루션을 넘어 국가 의료체계의 핵심 운영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제2회에서는 한국과 미국·유럽의 의료영상 AI 시장을 비교하고, 개별 알고리즘을 하나의 임상 흐름에 연결하는 플랫폼 경쟁과 국내 기업의 위치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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