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정책지능 국제표준 확정…AI 행정의 핵심은 데이터 운영 체계다
ETRI 정책지능 국제표준 확정…AI 행정의 핵심은 데이터 운영 체계다
  • 연철웅
  • 승인 2026.05.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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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책 경쟁의 핵심은 모델 성능보다 데이터 신뢰 체계…공공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국제표준 채택

 

ETRI 연구진이 AI 기반 공공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구조를 검토하며 정책지능 기술 적용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ETRI.

 

공공정책의 인공지능 활용이 단순한 행정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의 표준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도한 공공의사결정 지원 AI 정책지능 표준이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 표준화 부문(ITU-T)에서 최종 승인되면서,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기술적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확정됐다.

이번 표준의 핵심은 AI가 정책을 대신 결정한다는 데 있지 않다. 공공기관과 민간 영역에 흩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고, 분석하며, 정책 판단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 규칙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AI 행정의 경쟁력이 알고리즘 성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연결 구조와 신뢰 체계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다.

ETRI는 지난 3월 3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TU-T 프로토콜 및 시험규격 연구반(SG11) 회의에서 ‘지능형 엣지컴퓨팅 기반 공공 의사결정 프레임워크 데이터 관리 인터페이스(ITU-T Q.5036)’가 최종 승인돼 국제표준으로 공식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 표준은 AI 기반 정책지능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 관리 구조, 인터페이스, 데이터 교환 규칙을 정의한다.

그동안 공공 데이터는 기관별 관리 체계와 보안 정책이 달라 통합 활용에 제약이 컸다. 재난, 경제, 복지, 교통, 환경처럼 여러 부처와 민간 데이터가 동시에 필요한 정책 영역에서는 데이터가 존재해도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번 표준은 이 같은 단절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프레임워크와 관리 인터페이스를 국제적으로 통일된 방식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책지능은 공공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대안을 비교하며,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재정 지출의 파급 효과, 경제정책의 예상 영향, 사회 시스템 변화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 정책 수립이 전문가 판단과 과거 통계에 크게 의존했다면, 정책지능은 실시간 데이터와 AI 분석을 결합해 판단의 근거를 확장하는 구조다.

이번 표준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지능형 엣지컴퓨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모두 모은 뒤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 또는 분산된 장치에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재난 대응, 교통 혼잡 관리, 환경 감시, 지역 경제 분석처럼 빠른 판단이 필요한 정책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정책 AI의 실제 도입에서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 신뢰성이다. AI 모델이 아무리 정교해도 입력되는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기관 간 기준이 다르면 분석 결과 역시 정책 판단에 쓰기 어렵다. 이번 표준이 데이터 파이프라인, 워크플로우,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정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데이터 수집부터 저장, 분석, 활용까지의 흐름을 표준화해야 AI 기반 정책 의사결정이 반복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체계로 작동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공공과 민간 데이터의 연계다. 디지털 정부는 행정기관 내부 데이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제 활동, 산업 변화, 이동, 소비, 환경, 금융 등 다양한 민간 데이터와의 안전한 연계가 필요하다. 이번 표준은 분산된 공공·민간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기관 간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페이스를 제시했다. 이는 향후 정책지능 서비스 개발과 운영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국제표준 채택은 기술적 성과를 넘어 시장과 제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공 AI 시스템은 개별 국가나 기관 단위로만 개발될 경우 상호운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국제표준이 마련되면 국가 간 정책 데이터 연계, 공동 분석, 디지털 정부 협력의 기반이 넓어진다. ETRI가 이번 표준을 제안하고 최종 승인까지 이끌었다는 점은 한국이 공공 AI 인프라의 규칙 설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뜻이다.

ETRI 이연희 재정·경제정책지능연구센터장은 이번 국제표준 완성이 공공의사결정을 위한 AI 정책지능 기술이 글로벌 수준에서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태완 책임연구원도 AI와 데이터 기반 정책 의사결정 기술이 디지털 정부 구현의 핵심 요소라며,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공공서비스 혁신과 정책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한 ‘AI·데이터 기반 재정·경제 디지털트윈 플랫폼 개발’ 연구와 ETRI 기본사업인 ‘AI·빅데이터 기반 고신뢰 정책지능 기술 개발’ 과제를 통해 도출됐다. 공공정책 영역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핵심은 AI 도입 여부보다 데이터를 어떤 규칙과 신뢰 체계 안에서 운영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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