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권 변호사 칼럼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법인격 뒤의 책임 (1부)
홍승권 변호사 칼럼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법인격 뒤의 책임 (1부)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4.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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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과 법인 간 거래에서 개인이 정당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접하고 있다. 상당수 법인이 영세한 규모로 운영돼 언제든 지급불능이나 파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칼럼 'Part 13 | 불법 대부 피해, 어디까지 갚아야 하나…'에 이어 이번 주부터는 개인과 법인 사이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법적 쟁점을 3회에 걸쳐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시리즈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skh@law-pan.com)

사업을 하다 보면 거래 상대방이 개인이 아니라 회사, 즉 법인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회사와 계약을 맺고 물건을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뒤 대금을 청구했는데, 정작 그 회사에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아 받을 길이 막막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걸까?

법은 권리를 가지고 의무를 지는 주체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살아 있는 사람, 즉 ‘자연인’이고, 다른 하나는 ‘법인’이다. 법인이란 법이 회사나 단체에 대하여 마치 사람처럼 권리를 갖고 의무를 질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즉, 주식회사 같은 형태의 단체가 이에 해당한다.

자연인과 법인은 이처럼 구별되기 때문에, 회사가 진 빚은 원칙적으로 회사 자신의 재산으로만 갚으면 되고, 그 회사를 세우거나 운영하는 대표이사 같은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대신 갚을 필요가 없다. 주식회사의 주주가 자기가 투자한 돈만큼만 손해를 보면 되는 ‘유한책임의 원칙’도 이러한 구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책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회사에 투자하고 사업을 키워 나갈 수 있다. 그런데 거래 상대방에게는 이것이 함정이 되기도 한다.

회사에 돈이 충분히 있을 때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막상 대금을 받아야 할 시점에 회사 통장이 비어 있거나 재산이 이미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뒤라면 청구할 대상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다. 소송을 해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회사에 재산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 회사를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이 일부러 회사 재산을 빼돌리거나,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앞세워 거래를 한 뒤 새 회사를 차려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래 상대방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법인 제도는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이런 상황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므로, 법은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나 회사의 대표자 등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다음의 3가지가 있다.

첫째, 영업을 양수하고 상호를 이어받은 회사에 책임을 묻는 방법이다. 어떤 회사가 자기 사업을 다른 회사에 통째로 넘기면서, 넘겨받은 회사가 예전 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혹은 유사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우리 상법은 새 회사도 예전 회사의 빚을 갚을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간판이 그대로이니 주인이 바뀐 줄도 모르고 계속 거래하게 되는데,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이상 새 회사도 책임을 져야 공평하다는 취지다.

둘째, 대표이사 개인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이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자기 임무를 저버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이사가 개인적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실제로 회사의 행위는 사실상 대표이사가 주도하므로, 회사와 거래를 했다고 해도 대표이사에게 이러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셋째,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이다. 겉모습만 회사일 뿐 실제로는 개인의 사업과 다를 바 없거나, 빚을 떼어먹기 위한 수단으로 회사라는 제도를 악용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회사의 존재를 무시하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이나 모회사에게 직접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이를 ‘법인격 부인’이라고 한다. 회사 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만 인정되지만, 채권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본래 법인이 부담하는 책임을 다른 개인에게 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지면을 통해 어떤 경우에 위와 같은 사례가 문제되는지를 좀 더 알기 쉽게 풀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법이 마련해 둔 구제 방법을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하게 받을 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일정 부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홍승권은 법률사무소 판의 대표변호사다. 민·형사 소송을 포함해 디지털 시대에 부상하는 새로운 법적 과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는 기술 혁신, 재산권 질서, 규제 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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