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차갑다. 단순한 임금 갈등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국가 핵심 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흔드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의 가파른 성장으로 삼성전자와의 시가총액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한때 “넘볼 수 없는 1위”였던 삼성전자는 이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절대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만년 2등' SK하이닉스의 추격이 매섭다. 14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29만6000원, SK하이닉스는 197만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약 1746조원, SK하이닉스가 약 1434조원 수준이다. 격차는 약 300조원 남짓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던 두 회사의 체급 차이가 눈에 띄게 줄어든 셈이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꼽는다. 엔비디아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SK하이닉스가 사실상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은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HBM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시대 최대 수혜주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SK하이닉스”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시기적으로도 최악이라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가장 치열한 속도전이 벌어지는 분야다. 수율이 조금만 흔들려도 고객사는 곧바로 경쟁사로 이동한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처럼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단 하루 생산 차질도 글로벌 고객 신뢰를 흔들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삼성전자 위기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절대적이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수천 개 협력업체와 연결돼 있다. 삼성 생산라인이 흔들리면 부품·장비·소재 업체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는다. 결국 노조의 파업은 회사만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를 인질로 삼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공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부가 특정 기업 노사 갈등에 사실상 개입 수준의 경고를 내놓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국가 경제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보상 요구는 존중받아야 한다. 삼성전자 역시 성과에 걸맞은 보상 체계를 마련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은 과거와 다르다. 더 이상 압도적 초격차 기업이 아니다. AI 반도체 시대의 주도권 경쟁에서 흔들리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그런데도 노조가 생산 중단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앞세우는 모습은 시장과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회사가 성장할 때는 성과 배분을 요구하면서, 정작 회사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시기에는 경쟁력 약화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는다면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냉정하다. 경쟁사는 밤낮 없이 기술 개발과 고객 확보에 뛰어드는데, 한국 대표 기업은 내부 갈등으로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파업이 아니라 위기 돌파다. 노사 모두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 이 시점에 생산라인을 멈추겠다는 선택만큼은, 시장과 국민 입장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