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심 37개점 정리하고 매장 슬림화… 식품·PB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
회생절차 폐지 위기에 놓였던 홈플러스가 법원의 절차 연장 결정으로 정상화 작업을 이어갈 시간을 확보했다. 회사는 회생절차 연장 기간 동안 영업 기반을 복구하는 동시에 점포 구조조정과 사업 모델 개편, 매각 준비를 병행해 기업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를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영업 정상화와 구조혁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으로 당장 회생절차가 종료되는 상황은 피했지만, 연장 기간 안에 실질적인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회사의 시간표는 여전히 빠듯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영업 정상화다. 홈플러스는 현재 임시휴업 중인 핵심 점포 67곳의 영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DIP(Debtor in Possession·회생기업 운영자금) 대출을 활용할 예정이다.
DIP 자금은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영업을 유지하고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긴급 운영자금이다. 홈플러스는 해당 자금이 실제 집행되고 납품업체와의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핵심 점포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재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자금 집행 절차와 함께 상품 공급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들과의 협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점포 문을 다시 여는 것만으로 영업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안정적인 상품 공급망을 복구하는 것이 중요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회사는 영업 재개와 동시에 점포 포트폴리오를 대폭 재정비할 계획이다. 지난 5월 4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 비핵심 점포 37곳은 폐점 절차를 밟는다. 수익성이 낮거나 향후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포를 정리해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핵심 상권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인력 운영도 이에 맞춰 축소된다. 홈플러스는 본사와 매장 모두 실제 영업에 필요한 최소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인력은 당분간 휴직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포의 규모와 운영 방식도 바뀐다. 복층 형태의 대형 매장은 매장당 약 1000평 수준의 단층 구조로 전환해 영업 면적을 줄이고 관리 비용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매장 전체를 대형마트 형태로 유지하기보다 핵심 상품과 수요가 높은 품목에 집중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상품 구성 역시 수익성과 회전율을 중심으로 재편한다. 식품을 비롯해 자체브랜드(PB) 상품과 판매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 비중을 확대하고 비효율적인 상품군은 줄이는 방향이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전략을 미국 유통기업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품을 대규모로 진열하는 전통적인 대형마트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자주 찾는 상품과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을 강화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온라인에서 가격과 상품 비교가 쉬운 범용 상품보다 신선식품과 PB 제품 등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할 이유가 있는 상품에 집중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사업도 단계적으로 정상화한다. 홈플러스는 우선 즉시 영업이 가능한 수도권 16개 점포를 중심으로 온라인 운영을 재개하고, 이후 배송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해 운영 점포와 배송 권역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품 재고뿐 아니라 물류센터와 배송망, 협력업체 공급 체계가 함께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 재개와 온라인 배송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홈플러스의 전체 유통망을 단계적으로 복구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연장 기간에 추진하는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매각이다. 회사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회생절차 연장은 단순히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점포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영업 정상화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새로운 투자자나 인수자를 찾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도 있다.
다만 매각 성사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홈플러스의 영업 정상화 속도와 납품업체와의 관계 회복, 점포 정리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인력 구조조정 문제 등이 향후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대형마트 사업은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 전문 유통 플랫폼 등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점포 수를 유지하는 방식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 홈플러스가 이번 구조혁신에서 매장 규모를 줄이고 식품과 PB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도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회생절차 연장은 홈플러스에 사실상 마지막 정상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회사는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핵심 점포의 영업을 복구하고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동시에 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매각을 통해 새로운 자본과 경영 주체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는 향후 몇 달간 영업 정상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고,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9월 4일까지의 회생절차 연장 기간 동안 ‘영업 재개→사업 구조조정→기업가치 제고→매각’으로 이어지는 정상화 작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전시키느냐가 향후 홈플러스의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