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상 AI 국가 인프라 ②] PACS가 의료영상 AI 플랫폼 경쟁의 중심이 됐다
[의료영상 AI 국가 인프라 ②] PACS가 의료영상 AI 플랫폼 경쟁의 중심이 됐다
  • 연철웅
  • 승인 2026.09.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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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트라·에이닥, 여러 AI와 판독·진료과 알림을 하나의 업무 흐름으로 연결

코어라인소프트·인피니트헬스케어, 미국 병원 PACS 안에 흉부 CT AI 연동

 

연재 순서

9월 4일 | 심평원 AI 심사 첫발, 의료영상 AI가 국가 인프라로 들어온다
9월 11일 | 의료영상 AI 통합 플랫폼 경쟁
9월 18일 | 폐암검진 AI와 국가검진 사후관리
9월 25일 | 유방암·뇌졸중 AI의 환자 성과
10월 2일 | DICOM 표준화와 의료영상 AI 확산
10월 9일 | 의료영상 AI의 성능감시와 보안
10월 16일 | 임상 성과에 연동하는 의료영상 AI 수가
10월 23일 | 한국 의료영상 AI의 세계시장 전략

 

여러 의료영상 AI가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중심으로 방사선정보시스템(RIS)과 전자의무기록(EMR)에 연결되는 병원 통합 플랫폼 구조. / Korea IT Times AI 제작 일러스트레이션

취재·글 | 연철웅·정연진 기자

의료영상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이 새로운 경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흉부 엑스레이와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유방촬영, 뇌졸중 영상 등에 적용되는 AI가 늘면서 병원은 여러 제품을 하나의 판독 화면과 업무 절차에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어떤 플랫폼이 PACS 안에서 AI를 실행하고 결과를 표시하느냐에 따라 병원의 제품 선택권과 기업의 시장 접근성이 달라진다.

지난 9월 4일 제1회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AI 영상판독 결과를 진료비 심사에 적용한 사례를 통해 의료영상 AI가 국가 의료체계에 들어오는 과정을 살펴봤다. 제2회는 병원에서 여러 AI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통합 플랫폼 경쟁을 분석한다. PACS 기업과 독립 플랫폼, 전문 AI 기업은 영상과 판독목록, 진료과 알림을 연결하는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은 촬영된 영상을 적절한 AI에 보내고 분석 결과를 의료진의 기존 업무 화면에 표시한다. 검사 종류와 촬영 부위를 확인해 사용할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응급도가 높은 환자를 판독목록의 상단에 배치하며, 필요한 경우 관련 진료과에 알림을 보낸다. 판독이 끝난 뒤에는 결과가 전자의무기록에 반영되고 환자가 정밀검사와 치료를 받았는지 추적하는 기능도 플랫폼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는 여러 의료정보시스템이 관여한다. PACS는 의료영상을 저장하고 판독 화면에 표시하며, 방사선정보시스템(RIS)은 검사 예약과 판독 순서를 관리한다. 전자의무기록(EMR)은 환자의 진단과 처방, 검사 결과, 치료 기록을 보관한다. 통합 플랫폼은 세 시스템에서 환자와 검사 정보를 일치시키고 AI 결과가 필요한 의료진에게 전달되도록 한다.

기술적으로는 국제 의료영상 표준인 DICOM이 영상과 분석 결과를 전달하고, HL7과 FHIR이 환자·검사·진료정보를 연결한다. 같은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도 병원별 PACS 버전과 촬영 프로토콜, 환자 식별체계, 판독문 작성 방식에 따라 별도의 연계 작업이 필요하다. 표준 지원 여부와 병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상호운용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PACS 기업과 독립 플랫폼이 AI 유통의 관문을 확보한다

글로벌 의료영상 AI 플랫폼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PACS 공급업체가 자사 판독 환경에 여러 AI를 연결하는 방식, 독립 플랫폼 기업이 서로 다른 PACS와 AI 사이에서 제품을 자동 배분하는 방식, 전문 AI 기업이 자체 알고리즘과 진료과 알림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는 방식이다. 세 모델은 병원의 도입 부담을 줄이지만 플랫폼 운영권과 의료데이터 관리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스웨덴 의료정보 기업 섹트라(Sectra)는 PACS를 중심으로 AI를 유통한다. 병원은 ‘섹트라 앰플리파이어 마켓플레이스(Sectra Amplifier Marketplace)’에 등록된 외부 기업의 AI를 선택하고 분석 결과를 섹트라의 진단용 영상 뷰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PACS 공급업체가 기술 연계와 제품 배포, 사용자 화면을 함께 관리하는 구조다.

이 모델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익숙한 판독 화면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병원도 AI 제품마다 PACS 연결망을 새로 구축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섹트라와 같은 PACS 공급업체는 어떤 AI를 플랫폼에 등록하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결정하면서 의료영상 AI 유통의 주요 관문을 확보한다.

세계 주요 영상의학 학회들은 AI 제품이 늘어날수록 의료진이 여러 화면을 오가게 되는 문제를 경고했다. 유럽영상의학회 회장을 지낸 아드리안 브래디(Adrian Brady) 아일랜드 코크대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대표 저자로 참여한 미국·캐나다·유럽·호주·뉴질랜드 영상의학회 공동성명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복잡한 인터페이스가 계속 추가되면 AI의 활용성과 의료진의 수용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국제학술지 ‘Radiology: Artificial Intelligence’에 발표된 이 공동성명은 의료기관이 AI를 구매할 때 임상 정확도와 함께 업무 흐름에 대한 통합 방식, 기술적 유지관리, 경제적 영향, 기업이 제시한 성과의 검증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규제기관의 허가만으로 병원 업무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설명도 담겼다. 플랫폼의 평가 범위가 알고리즘 성능에서 병원 운영 전반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스라엘계 의료 AI 기업 에이닥(Aidoc)은 자체 임상 AI 플랫폼인 ‘aiOS’를 통해 다른 경로를 택했다. 회사가 공개한 기술 구조에 따르면 aiOS는 PACS와 전자의무기록, 검사 일정, 판독 시스템을 연결해 여러 질환의 분석 결과를 하나의 업무 흐름에서 제공한다. 응급 소견이 발견되면 판독목록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관련 진료팀에 결과를 전달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에이닥의 전략은 영상의학과 판독 이후의 과정까지 플랫폼의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 폐색전증이나 대혈관폐색처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소견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확인을 거쳐 응급의학과와 신경과, 심장혈관팀 등에 전달돼야 한다. 플랫폼은 영상 분석 결과가 후속 진료에 연결되도록 병원 내 정보 전달 과정을 관리한다.

독립형 통합 플랫폼은 병원의 기존 PACS를 유지하면서 여러 회사의 AI를 연결하는 중간 운영 계층을 제공한다. 검사 정보를 확인해 사용할 알고리즘을 선택하고 필요한 영상을 AI 서버로 보내며, 결과를 PACS와 판독목록에 다시 전달한다. 병원은 하나의 연결망을 이용해 여러 AI를 도입하고 제품 교체에 필요한 기술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공급업체 중립성’은 계약과 기술 구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AI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자사 제품을 우선 배치할 수 있고, AI 실행 기록과 임상 사용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한도 플랫폼에 집중될 수 있다. 병원이 제품 선택권을 유지하려면 알고리즘 추가·교체 조건과 데이터 반출 형식, 계약 종료 이후의 이전 절차를 조달 단계에서 정해야 한다.

플랫폼의 경제성도 연결된 알고리즘의 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AI 제품 사용료에 플랫폼 이용료와 인터페이스 구축비, 서버 또는 클라우드 비용, 보안 점검, 직원 교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이 더해진다. 병원은 제품별 계약과 플랫폼 일괄 계약의 총비용을 비교하고 실제 사용률이 낮은 알고리즘을 중단하거나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병원의 AI 사용 데이터를 통해 강한 시장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알고리즘이 몇 건의 영상에 실행됐는지, 의료진이 어떤 결과를 확인하거나 수정했는지, 어느 제품의 결과가 후속검사로 이어졌는지가 플랫폼에 축적된다. 이 데이터는 제품 평가와 보험 근거,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에 사용될 수 있어 소유권과 이용 범위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병원의 선택 기준도 제품 정확도에서 운영 성과로 넓혀져야 한다. AI 실행 성공률과 결과 전송시간, 시스템 중단시간, 잘못된 환자·검사 연결 건수, 의료진의 실제 사용률을 측정해야 한다. 응급 알림 제품은 의료진이 알림을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추적해야 플랫폼이 환자 진료에 미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커티스 랭글로츠(Curtis Langlotz) 미국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료 AI의 역할에 대해 “AI는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종류의 지능이며, 사람과 기계가 함께 판단할 때 어느 한쪽만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통합 플랫폼도 AI 결과를 의료진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구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의료진이 결과를 확인하고 수정하며 후속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전문 알고리즘과 의료정보시스템의 연결을 확대해야

한국 의료영상 AI 산업은 질환별 분석 기술에서 경험을 축적해 왔다. 루닛(Lunit)은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는 흉부 CT와 폐암검진, 제이엘케이(JLK)는 뇌졸중 영상, 뉴로핏(Neurophet)은 퇴행성 뇌질환 영상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뷰노(VUNO)는 흉부 엑스레이와 안저영상 AI를 병원 업무에 연결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플랫폼 전략은 기존 의료정보시스템 안에 전문 제품을 결합하는 방향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해외 병원이 이미 사용하는 PACS와 판독환경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AI를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정보시스템 기업과의 협력이 국내 의료영상 AI의 해외시장 진입 경로로 중요해지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와 인피니트헬스케어(INFINITT Healthcare)의 미국 협력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두 회사는 코어라인소프트의 흉부 CT 분석 플랫폼 ‘에이뷰(AVIEW)’를 인피니트 PACS 안에 연결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별도의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고 결과를 확인하도록 설계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를 ‘제로 클릭’ 업무 흐름으로 설명한다.

두 회사는 미국 영상의학 그룹 이미지케어 라디올로지(ImageCare Radiology)에 해당 구조를 적용한 데 이어 2026년 8월 세인트조지프헬스(St. Joseph’s Health)로 공급 범위를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AI 기업과 PACS 기업이 함께 해외 병원의 기존 업무환경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판독시간과 의료진 사용률, 재검사, 후속 진료의 변화는 병원 운영자료를 통해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루닛은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의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 AI를 해외 병원 및 검진기관의 의료영상 시스템과 연결해 사업을 확대해 왔다. 루닛의 강점은 암 검진 분야의 임상연구와 해외 인허가 경험에 있다. 앞으로는 분석 결과를 검진 대상자의 과거 영상과 위험도, 추가검사, 확진과 치료 기록에 연결하는 운영 능력이 경쟁력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뷰노의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VUNO Med-Chest X-ray)’도 클라우드와 PACS 연동 방식으로 제공된다. 흉부 엑스레이에서 주요 이상 소견과 의심 위치를 표시하고 의료진의 판독을 지원한다. 실제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제품 설치기관 수와 함께 의료진의 사용 빈도, 판독시간, 오류 수정, 후속 진료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는 두 가지 전략적 선택이 놓여 있다. 글로벌 PACS와 의료장비 플랫폼에 전문 알고리즘을 공급하면 해외 의료기관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지만 고객 관계와 사용 데이터가 플랫폼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 운영 데이터와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으나 병원마다 다른 시스템의 연계와 보안, 유지관리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

국내 PACS 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와 같은 의료정보시스템 기업이 국내외 AI를 쉽게 추가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제공하면 한국 기업들이 해외 의료기관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다. 특정 AI 공급업체를 우대하지 않는 등록 기준과 표준화된 연계 규격, 임상 데이터 이용 원칙을 마련해야 개방형 플랫폼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 병원은 AI 플랫폼을 도입할 때 제공되는 알고리즘의 수보다 실제 업무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야 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기존 PACS 화면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지, 응급 소견이 관련 진료과에 전달되는지, AI 실행이 실패해도 원래의 판독 절차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여러 의료기관을 연결할 경우 기관별 환자번호와 촬영 프로토콜의 차이를 처리하는 방식도 평가 대상이다.

조달계약에는 플랫폼의 가동률과 장애 대응시간, 알고리즘 교체 조건, 업데이트 책임, 데이터 저장 위치를 포함해야 한다. 병원이 다른 PACS나 플랫폼으로 교체할 때 기존 AI 결과와 운영 기록을 표준 형식으로 이전할 수 있어야 한다. 계약 종료 이후 환자정보와 파생 데이터의 보관·삭제 책임도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병원과 기업이 반복해서 수행하는 연계 작업을 공통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의료영상과 AI 결과, 판독문, 후속 진료를 연결하는 표준 적용 지침과 시험환경을 마련하면 중소 AI 기업도 병원마다 별도의 연결 방식을 개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공공병원과 국가검진 사업의 조달 기준에 상호운용성과 데이터 이전 조건을 포함하면 국내 플랫폼 시장의 개방성을 높일 수 있다.

의료영상 AI 통합 플랫폼은 여러 알고리즘을 모아 놓은 온라인 장터에 머물지 않는다. 병원이 어떤 AI를 선택하고 의료진에게 어떻게 보여주며 분석 결과를 환자 치료에 연결할지를 결정하는 운영 기반이다. 플랫폼을 확보한 기업은 의료영상 AI의 유통과 사용 데이터, 병원 업무의 주요 연결 지점을 함께 관리하게 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전문 알고리즘과 의료정보시스템 기술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강화될 수 있다. 병원은 새로운 AI를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선택권을 유지해야 한다. 개방형 연계 구조와 실제 사용 근거가 마련되면 한국 의료영상 AI 기업은 개별 제품 수출에서 병원 운영체계 수출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제3회에서는 에이닥·섹트라 등 해외 플랫폼 기업과 루닛·코어라인소프트·인피니트헬스케어·뷰노 등 국내 기업의 사업모델과 해외 의료기관 공급 사례를 비교한다. 기업이 발표한 도입 규모와 독립적으로 확인된 임상 성과를 구분하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플랫폼 참여와 자체 운영체계 구축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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