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아세안 수출 두 자릿수 증가… AI발 반도체·컴퓨터 수요가 전체 견인
한국 수출이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월간 120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 역시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한 달 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2026년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209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5% 증가했다. 수입은 710억9000만달러로 26.0% 늘었다.
이에 따라 9월 무역수지는 498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 흑자가 4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규모뿐 아니라 누적 실적도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은 8145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인 7093억달러를 이미 1000억달러 이상 웃돈 규모다.
앞서 9월 5일에는 올해 누적 수출액이 7094억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바 있다. 당시 관세청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요 품목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603억달러... 한 달 새 29% 가까이 증가
이번 수출 호조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2.8% 증가한 603억달러를 기록했다. 8월 466억5000만달러로 월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약 136억달러 늘어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월간 기준 6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다 수출 물량 확대와 고정가격 상승세가 동시에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9월 초부터 뚜렷했다. 1~10일 반도체 수출은 16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0.1% 급증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7.1%까지 확대됐다.
1~20일 기준으로도 반도체 수출은 341억2000만달러로 259.4%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로 확대돼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 메모리 제품 수요와 서버용 D램·낸드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액 증가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9월 수출 증가가 반도체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 수출도 23% 증가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컴퓨터 수출 435% 폭증… 화장품도 역대 최대
AI 관련 제품 가운데 컴퓨터 수출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9월 컴퓨터 수출은 70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35.3% 급증했다. 에이전틱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에 따라 서버와 관련 인프라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화장품 수출도 15억1000만달러로 31.4%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뷰티 제품의 해외 수요 확대가 지속되면서 반도체와 IT 제품 외에도 소비재 수출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선박 수출은 LNG 운반선과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등의 인도 물량 증가로 29.9% 늘어난 3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수출도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72.0% 증가한 7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60억5000만달러로 5.5% 감소했다. 추석 연휴 시점 이동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고차 수출 부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미국·아세안 모두 두 자릿수 증가
지역별 수출도 주요 시장에서 일제히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260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2.7% 급증했다. 중국으로의 월간 수출액이 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4개월 연속이다.
대미국 수출은 243억3000만달러로 137.0% 증가했다. 중국과 미국 두 시장에 대한 수출이 모두 200억달러를 크게 웃돌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대아세안 수출도 212억9000만달러로 92.6% 증가했다. 월간 기준 아세안 수출이 2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EU 수출은 86억5000만달러로 20.9% 증가하면서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16억달러로 14.1% 감소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어려움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평균 수출도 50억달러 첫 돌파… 연간 1조달러 가시권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50억달러를 넘어섰다. 9월 일평균 수출은 5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다. 단순히 조업일수나 기저효과에 따른 수출 증가가 아니라 실제 수출 규모 자체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월간 수출액 순위에서도 9월이 역대 1위로 올라섰다. 기존 1위였던 6월 1020억달러가 2위로 내려왔고, 7월 992억달러가 3위를 기록했다. 8월 역시 982억5000만달러로 역대 3위권에 들었던 만큼 최근 수개월간 한국 수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9월 누적 무역수지는 2525억달러 흑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7억달러 증가했다. 수출이 수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대규모 무역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8월에도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3개월 연속 300억달러대 흑자를 이어갔다.
산업부는 올해 수출이 현재의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경우 연간 1조달러 달성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관세청은 9월 초 누적 수출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을 당시 현재와 같은 수출 흐름이 지속되면 12월 초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9월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200억달러를 상회했으며, 1~9월 누적 수출도 8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7093억달러를 조기에 넘어섰다"며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동 지역의 긴장 상황은 여전히 우리 수출에 큰 변수로 남아있다"며 "남은 4분기에도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9월 수출 실적은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를 넘어 서버·컴퓨터 등 관련 산업 전반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과 중국·미국·아세안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 규모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보호무역주의와 중동 정세,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 대외 변수는 4분기 수출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