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 —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획 1]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 —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 정연수
  • 승인 2026.09.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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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공공기관에 데이터가 쌓여 있어도 품질과 이용 조건, 산업 현장의 의미를 확인할 수 없으면 AI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정책과 데이터스트림즈의 현장 경험, 해외 전문가의 데이터 주권 전략을 연결해 한국의 실행 과제를 살펴본다

 

 

공공기관과 산업 현장의 데이터가 출처 확인과 접근 권한 관리, 처리 이력 검증을 거쳐 AI 인프라로 연결되는 구조. / 일러스트=Korea IT Times

 

연재를 시작하며

세계 각국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거대언어모델(LLM)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공공기관의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고 품질과 이용 권한이 확인되지 않으면 강력한 연산 장비와 AI 모델도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Korea IT Times는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다’를 주제로, 데이터를 국가와 기업의 AI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을 분석한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정책과 데이터스트림즈의 산업 현장 경험, 해외 전문가들의 데이터 주권·연합학습·업무 맥락·출처 검증 전략을 차례로 살펴본다.

연재 구성

9월 16일 | ①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다
세계 데이터 산업의 변화와 한국의 구조적 과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운영체계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9월 17일 | ② 데이터는 어떻게 산업 자산이 되는가 — 양재수 원장이 제시한 검증체계
데이터 품질인증과 가치평가, 안전한 유통,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짚는다.

9월 18일 | ③ 데이터스트림즈, 신뢰할 수 있는 AI 준비 데이터 생태계를 세계시장으로 확장하다
데이터 패브릭과 메타데이터, 품질, 데이터 계보와 온톨로지가 기업의 AI 도입을 뒷받침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9월 21일 | ④ 자하오 쑨 FLock.io CEO “원천 데이터는 남기고 AI는 함께 학습한다”
연합학습을 활용해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공동 AI 모델을 개발하는 방법과 데이터 주권의 과제를 분석한다.

9월 22 일| ⑤ 하십울 하크 “AI 에이전트에는 운영 맥락과 책임 체계가 필요하다”
Cielara AI, 하십울 하크( Hasibul Haque) CEO, AI 시스템에 운영 맥락과 데이터 출처·신뢰를 구축하는 법

9월 23 일| ⑥ 종합 분석 —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검증 가능한 산업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AI 패권 경쟁, 새 승부처는 산업데이터 활용 역량

AI 산업은 대규모 연산 장비와 범용 모델을 확보하는 단계를 넘어 기업과 국가가 보유한 데이터를 실제 업무에 연결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공개된 인터넷 자료를 중심으로 학습한 범용 모델은 제조설비의 고장 원인이나 환자의 치료 과정, 금융 거래의 위험, 행정 절차의 책임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판단에는 조직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와 해당 데이터가 생성된 업무 맥락이 필요하다.

AI 경쟁력은 데이터가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상태인지에 달려 있다. 데이터의 정확성과 최신성, 출처, 이용 권한, 가공 이력과 업무상 의미를 함께 관리해야 AI가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같은 설비에서 수집한 데이터도 센서의 설치 환경과 오류 처리 방식, 정비 이력, 생산성과의 관계를 알지 못하면 AI 학습에 활용하기 어렵다.

양재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은 “AI 산업 활성화의 핵심은 무엇보다 데이터”라며 “단순히 데이터의 절대량보다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인프라 투자의 범위를 연산 장비에서 데이터 준비체계까지 확대하고 데이터 품질과 권리관계, 메타데이터, 갱신 주기와 활용 조건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데이터 레이크와 클라우드 저장소를 확대해도 데이터의 의미와 책임 관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AI 활용은 제한된다. 고객·제품·설비를 부서마다 다르게 정의하거나 데이터의 생성 경로를 추적할 수 없으면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기 어렵다.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저작권이 포함된 데이터에는 이용 주체와 목적, 허용 범위를 통제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데이터 패브릭은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의 위치와 의미, 품질, 이용 조건을 연결하는 운영 구조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의 의미와 형식을 설명하고, 데이터 계보는 데이터가 생성·변경·가공된 과정을 추적한다. 온톨로지는 고객과 제품, 설비, 거래, 조직 사이의 관계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영상 데이터스트림즈 대표는 인터뷰에서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AI가 학습하고 참조하는 데이터의 신뢰성”이라며 “AI 모델이 건물이라면 데이터 인프라는 그 건물을 지탱하는 지반과 기초”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AI를 업무에 적용하려면 데이터 수집과 표준화, 품질검사, 메타데이터, 계보 관리와 접근통제를 하나의 운영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데이터의 의미는 코드와 문서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와 변경 이유, 담당자의 판단, 고객에게 미친 결과까지 연결해야 AI가 기업의 업무 환경을 이해할 수 있다. 하십울 하크(Hasibul Haque) Causal Dynamics Lab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코딩 에이전트는 여전히 실제 운영 환경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와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접속해 구매와 고객 대응, 내부 승인 같은 작업을 수행하려면 운영 환경의 맥락과 접근 권한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각 에이전트의 신원을 확인하고 업무에 필요한 권한만 허용하며, 접근한 데이터와 수행한 작업, 사람의 승인과 실행 결과를 기록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이 없으면 자동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와 정보 유출의 원인을 추적하기 어렵다.

유럽연합(EU)은 데이터법과 공통 데이터 공간을 통해 산업데이터의 접근권과 이용 조건, 클라우드 전환과 상호운용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연결제품과 산업 장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누가 이용하고 제3자와 어떤 조건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가 시장 규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데이터 정책이 산업데이터의 통제권과 활용 책임을 설계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모델,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산업 기반과 함께 AI 위험관리와 보안 기준을 발전시키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시스템에 직접 접근하면서 신원 확인과 권한 위임, 행동 기록, 공급망 보안도 새로운 표준 경쟁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 산업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반야 오버호프(Wanja Oberhof) Subsquid Labs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AI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위에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도 AI가 참조한 정보의 출처와 변경 이력, 정확성을 확인할 수 없다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오류의 원인이 모델에 있는지 원천 데이터에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데이터의 출처와 수집 시점, 변경 과정과 처리 주체를 추적할 수 있어야 AI의 판단도 검증할 수 있다. 데이터 계보와 출처 증명은 기술적 관리 기능을 넘어 AI의 결과와 책임을 입증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은 데이터 주권과 공동 활용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주목받는다. 의료기관이나 기업 서버로 모델을 보내 현장에서 학습하고 원천 데이터 대신 학습 결과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이전하지 않으면서 여러 기관이 공동 모델을 개발할 수 있어 의료·금융·공공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자하오 쑨(Jiahao Sun) FLock.io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연산 비용이 안정되는 가운데 고품질 데이터의 부족과 집중, 법적 위험이 AI 확장의 핵심 제약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연합학습은 원천 데이터를 외부로 이전하지 않고도 공동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기업이 내부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개인정보와 데이터 주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연합학습의 주요 가치로 제시했다.

원천 데이터를 기관 내부에 보관해도 보안 위험은 남는다. 모델 업데이트를 분석해 학습 정보의 일부를 추론하려는 공격에 대비해 차등 개인정보보호와 보안 집계, 동형암호 등의 보호장치를 적용해야 한다. 참여 기관의 데이터 품질과 기여도를 평가하고 공동 모델의 성과와 책임을 배분하는 기준도 필요하다.

한국의 산업 경험을 검증 가능한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국의 데이터산업은 연간 33조원 이상의 시장과 약 24만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제조·의료·금융·통신·모빌리티 분야에는 실제 산업 운영 과정에서 축적된 고밀도 데이터가 존재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의료서비스 등 물리적 산업과 AI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경쟁 기반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기관과 기업, 부서별 시스템에 분산돼 있고 동일한 항목도 서로 다른 형식과 기준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오래된 시스템에는 데이터의 생성 목적과 변경 이력이 충분히 기록되지 않았으며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지식재산권에 대한 우려로 기업 간 공유도 제한된다.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은 불확실하고 유출 사고와 법적 책임은 제공 기업이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 데이터 사업의 성과 측정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참여기업 수와 구축한 데이터의 양, 예산 집행률만으로는 데이터가 제품과 서비스에 실제로 활용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데이터 확보 기간의 단축, AI 서비스 출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민간 투자와 해외 계약으로 이어진 결과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196건 이상의 데이터 가치평가를 통해 1,555억원이 넘는 데이터 가치를 발굴했다. 지원기업들은 평가 결과를 약 190억원 규모의 보증과 투자 등 자금 조달에 활용했다. 2025년 데이터바우처 지원기업 추적 결과에서는 매출 기여 1,406억원과 투자 유치 737억원의 성과가 집계됐다.

이러한 수치는 데이터가 기업의 경제적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평가 당시의 가치가 실제 수익과 경쟁력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려면 데이터의 품질과 이용 권한, 갱신 상태, 매출 기여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데이터 가치평가에는 정기적인 재평가와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데이터 준비체계를 AI 인프라 투자에 포함하는 것이다. 공통 메타데이터와 표준 업무 용어체계, 품질 기준, 데이터 계보와 권리 정보를 사업 초기부터 설계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AI 학습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비율과 실제 서비스로 전환된 비율을 핵심 성과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과제는 기업이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신뢰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데이터안심구역과 연합학습, 합성데이터를 활용하면 원본 데이터의 외부 반출을 줄이면서 공동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이용 목적과 기간, 재사용 범위, 결과물의 권리, 사고 책임과 수익 배분을 포함한 표준계약도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맞는 접근통제와 감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접근한 데이터와 실행한 작업, 사람의 승인, 권한 변경과 회수 기록을 남겨야 한다. 조직은 이 기록을 토대로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추적하고 AI가 수행한 업무의 적절성을 검증할 수 있다.

네 번째 과제는 국내 사업 실적을 해외에서도 검증할 수 있는 증거로 전환하는 것이다. 국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설명만으로는 기술의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하기 어렵다. 연결한 시스템과 데이터의 규모, 품질 오류 감소, 데이터 준비시간 단축, 보안 검증과 이용자의 성과를 객관적인 지표로 제시해야 한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는 현지 데이터 보호법과 저장 규정, 산업별 표준, 공공조달 기준을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 국제 인증과 현지 실증, 다국어 기술지원, 장애 복구와 지속적인 업데이트 체계도 갖춰야 한다. 정부 지원도 해외 실증과 인증, 법률 검토, 공공조달, 장기 유지보수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보유한 산업데이터의 가치는 규모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데이터가 생성된 현장의 의미와 이용 권한, 처리 이력과 책임을 설명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제조·의료·금융·통신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표준과 성과지표로 전환하면 한국은 신뢰 기반 산업 AI와 글로벌 데이터 협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안전하게 활용하는 운영체계까지 포함한다. 데이터의 품질과 출처, 권리, 업무 맥락을 관리하는 능력이 AI 결과의 신뢰성과 사업 성과를 좌우한다. 한국의 AI 경쟁력도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회 예고

9월 17일 2부에서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양재수 원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한다. 데이터가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된 배경과 기업·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실제로 활용하기 위한 조건을 듣는다. 데이터 품질인증과 가치평가, 데이터안심구역, 기업 지원사업의 성과 측정, 국내 데이터 기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협력 전략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공동취재 | 유단일·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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