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이 대만 사업의 체질을 바꾼다. 지금까지 전력기기 공급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면 앞으로는 대만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설계부터 수주, 기술 대응까지 아우르는 전력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힌다.
대만의 전력망 투자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 6일 서울 LS용산타워에서 대만 포모사플라스틱그룹 계열사 난야플라스틱, KHI와 현지 전력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JV의 이름은 ‘남아낙성(南亞樂星)’이다. LS일렉트릭이 50%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 주도권을 갖고, 난야플라스틱과 KHI가 각각 40%, 10%를 출자한다.
이번 합작의 핵심은 단순한 판매 채널 확보가 아니다. LS일렉트릭이 보유한 전력기기 제조 및 설계 역량과 난야플라스틱이 가진 대만 현지 생산 기반 및 EPC 네트워크를 결합해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를 직접 수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그동안 LS일렉트릭의 대만 사업은 전력기기 공급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JV 출범 이후에는 현지에서 프로젝트 발굴부터 수주, 설계, 기술 지원까지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대만 전력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대만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
ESS와 스마트그리드, 친환경 전력설비 등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력기기 업체에도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종합적인 솔루션과 엔지니어링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LS일렉트릭이 현지 기업과 손잡은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난야플라스틱은 포모사플라스틱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대만 현지 제조·생산 기반과 사업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난야플라스틱 역시 최근 전력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며 기존 배전 제품에서 초고압 송전 설비와 전력망 안정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양사의 사업 방향이 맞물리는 만큼 JV를 통한 시너지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KHI의 참여도 눈여겨볼 만하다. KHI는 포모사플라스틱그룹이 투자한 회사로, 포모사그룹과 KAIST가 연구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설립했다. LS일렉트릭의 글로벌 전력사업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JV에 참여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지난해 양사가 체결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다. LS일렉트릭과 난야플라스틱은 지난해 3월 친환경 전력기기 및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이후 전력기기 공급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번에는 협력 범위를 한 단계 확장했다. 제품을 공급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현지 프로젝트를 함께 발굴하고 수주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로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이 대만을 단순 해외 판매 거점이 아닌 전력 인프라 사업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지 대기업과의 JV를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프로젝트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형 수주 확보 여부가 사업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