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입찰·계통연계·지역사회 협의가 최종투자결정 좌우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 오스테드의 라스무스 에르보(Rasmus Errboe) 최고경영자(CEO)가 7일 한국을 찾아 국회와 정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관계자들을 만났다. 에르보 CEO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해상풍력 산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인천해상풍력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번 방한은 오스테드가 한국 시장의 장기적 가능성을 평가하고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정책·투자 환경을 확인한 일정으로 볼 수 있다. 핵심은 총 1.47GW 규모의 인천해상풍력 1·2호가 발전사업 허가를 넘어 입찰과 최종투자결정(FID),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오스테드는 인천 해안에서 약 70km 떨어진 해역에서 870MW 규모의 인천해상풍력 1호와 600MW 규모의 2호를 개발하고 있다. 두 사업을 합친 1.47GW는 정부의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 10.5GW 가운데 약 14%를 차지한다.
한 개 프로젝트의 일정이 국가 목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인천 사업의 진행 속도는 개별 기업의 투자계획을 넘어 한국 해상풍력 정책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허가받은 1.47GW를 실제 발전설비로 전환해야 한다
인천해상풍력 1·2호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지만 건설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와 부지 조사, 풍력단지 기본설계, 경쟁입찰 참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 절차를 마친 뒤 오스테드가 최종투자결정을 내려야 건설 단계로 이동하며, 회사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30년대 초반 완공을 예상한다.
정부의 2030년 목표와 프로젝트 완공 예상 시점 사이에는 일정 조율이 필요하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용량과 2030년까지 실제 준공 가능한 용량을 구분해 관리하고, 사업별 지연 요인을 점검해야 한다.
해상풍력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개발 기간이 길어 정책과 금융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경쟁입찰 가격과 전력판매 조건, 금리, 환율, 기자재와 공사비가 사업성을 결정한다. 환경평가와 인허가, 계통 접속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우면 발전사업 허가를 확보한 프로젝트도 최종투자결정에 도달하기 어렵다.
에르보 CEO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과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개발사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 전에 정책의 지속성과 인허가 일정, 수익구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번 방한은 한국 사업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투자 조건을 점검한 행보로 해석된다.
인천 사업에서는 환경영향평가와 함께 해양생태계, 조류 이동, 어업 활동, 항로와 해저케이블 경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관련 기관의 판단과 보완 절차가 장기화되면 설계와 조달, 입찰 일정도 늦어진다.
정책의 성과는 인허가 건수보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과 착공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측정해야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도 단계별 기준과 담당 기관, 결정 시점을 명확히 해 사업자가 일정을 예측할 수 있도록 운용돼야 한다.
전력망과 항만도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1.47GW 규모의 전력을 육상으로 보내려면 해상 변전소와 해저케이블, 육상 접속설비, 송전망 보강이 발전단지 건설 일정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대형 터빈과 블레이드, 하부구조물을 보관·조립할 항만과 설치선박, 장기 유지보수 거점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개별 발전단지의 허가와 함께 전력망, 항만, 설치선박과 전문인력을 포함한 기반시설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공급망의 수출 실적을 장기 산업 기반으로 연결해야 한다
오스테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약 3조5000억원 규모의 한국산 기자재와 서비스를 자사의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철강·케이블·전력기기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해상풍력 공급망에 참여할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인천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국내 기업은 기자재 공급에서 설계와 설치, 운영·유지보수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국내에서 축적한 대규모 프로젝트 실적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활용될 수 있다.
공급망 투자가 지속되려면 안정적인 발주 일정과 시장 물량이 제시돼야 한다. 프로젝트가 간헐적으로 발주되면 기업들은 생산설비를 증설하거나 전문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내 조달 비율과 함께 기술 축적, 고용, 연구개발과 수출 가능성을 평가하는 산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와의 협의도 최종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발전단지와 해저케이블이 어업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과 어업인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를 운영해야 한다.
지역 편익은 일회성 보상을 넘어 지역기업 참여, 항만과 유지보수 거점 조성, 전문인력 채용과 주민 이익공유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오스테드는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약 14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사회가 체감하는 가치는 발전량뿐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투자, 환경관리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에르보 CEO의 방한만으로 오스테드의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완료와 경쟁입찰 선정, 계통연계 계획, 지역사회 협의, 공급망 계약과 최종투자결정이 차례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은 해상풍력 자원과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인천해상풍력 1·2호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한국이 이러한 기반을 대규모 발전설비와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