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시그널] 미국, 암호자산 ‘규제 공백’ 끝내나…클래리티법 9월 표결대
[투데이 시그널] 미국, 암호자산 ‘규제 공백’ 끝내나…클래리티법 9월 표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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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blished 2026.08.0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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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 디지털 토큰의 증권·상품 기준과 감독기관 역할 정립 추진…스테이블코인에 이어 암호자산 시장구조까지 제도권 편입

 

미국의 암호자산 정책이 규제 완화를 넘어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존 튠(John Thune) 미국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는 8월 8일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핵심 절차 표결을 위한 동의안을 제출했다. 상원이 9월 중순 휴회에서 복귀한 뒤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며, 법안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해 공화당 의원 전원에 더해 최소 8명의 민주당 의원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법안의 핵심은 디지털 토큰이 언제 증권이고 언제 상품인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보다 명확하게 나누는 데 있다. 지금까지 미국 암호자산 시장은 동일한 토큰을 놓고도 증권법 적용 여부와 감독기관의 권한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돼 왔다. 클래리티법이 통과되면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이어 암호자산 거래·중개·보관까지 포괄하는 연방 차원의 시장 규칙을 갖추게 된다.

암호자산 경쟁, 기술에서 시장 인프라로

이 변화의 의미는 비트코인이나 개별 토큰 가격보다 크다. 미국 암호자산 업계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암호자산 후보 지원에 약 2억 달러를 투입했고, 핵심 정치활동위원회인 페어셰이크(Fairshake)는 이번 선거 주기에 1억36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2024년 선거에서도 업계는 약 1억 70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이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 통과라는 중요한 성과를 얻었다.

클래리티법이 중요한 이유는 암호자산의 ‘허용 여부’를 넘어 누가 발행하고, 누가 거래를 중개하며, 어떤 기관이 감독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거래소와 브로커, 수탁기관에는 등록·공시·소비자 보호 의무가 적용되고, 일정 수준의 탈중앙화를 달성한 네트워크의 토큰은 상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경로도 마련된다. 이는 암호자산을 기존 금융시장과 연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다.

영국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의 주식 리서치 책임자 데런 네이선(Derren Nathan)은 미국의 친암호자산 입법 전환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입법이 암호자산 업계에 대한 태도의 전환을 알렸지만, 입법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규제 명확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금융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은행권이 긴장하는 이유는 ‘예금 생산능력’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스테이블코인 보상이다. 현재 상원안은 은행 예금과 유사한 유휴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보상은 제한하면서도 결제 등 실제 거래 활동에 따른 보상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은행권은 암호자산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 보상을 확대할 경우 전통 은행의 예금이 빠져나가 대출 공급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우려를 숫자로 보면 규모가 작지 않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는 올해 초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2028년 말까지 미국 은행에서 약 5000억 달러의 예금이 이동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은행의 예금은 단순한 자금 보관 수단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공급하는 금융 시스템의 핵심 자금원이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은행의 대출 공급 능력과 직결될 수 있다.

반대로 암호자산 업계는 제3자인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기존 은행을 보호하는 반경쟁적 규제라고 반박한다. 결국 클래리티법을 둘러싼 논쟁은 ‘암호자산 대 은행’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누가 예금을 확보하고, 결제를 처리하며, 신용을 공급할 것인가를 둘러싼 금융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금융의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다

정치적 변수도 남아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일가의 암호자산 사업과 이해충돌 문제를 이유로 보다 강한 윤리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일가가 2025년 암호자산 관련 사업에서 약 1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법안 협상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상원이 다시 법안을 본회의 표결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토큰 분류, 거래소, 수탁, 기관 거래를 하나의 규제체계로 묶으려 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토큰화 증권과 국채, 국경 간 결제, 인공지능 에이전트 결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디지털 자산 정책의 다음 단계는 암호자산을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발행하고, 누가 거래하며, 누가 감독하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정하는 ‘시장 인프라 설계’의 단계다. 클래리티법의 진짜 의미는 미국이 암호자산 시장을 규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금융시장의 운영체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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