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정까지 반영해 문구 설계… AI 에이전트 ‘소통이’로 전사 검토 체계 구축
SK텔레콤이 디지털 서비스에서 고객이 마주하는 ‘문장’ 자체를 고객경험의 핵심 요소로 보고 언어 체계를 손질한다. 어려운 통신·IT 용어를 쉽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당혹감까지 고려해 안내 문구를 설계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실무에 적용한다.
SK텔레콤은 한글날을 앞두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 언어 사용을 위한 ‘UX 라이팅 가이드’를 마련하고 현업에 적용한다.
이번 작업의 핵심은 ‘고객이 알아듣는 말’을 넘어 ‘고객이 다음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말’을 만드는 데 있다.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안내 문구를 읽은 고객이 추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 자체를 설계한다는 것이다.
SKT는 이를 위해 고객의 감정 변화까지 문구 작성 과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고객언어연구팀이 고객과 구성원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언어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서비스 이용 단계별 감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고객 감정 지도’를 가이드에 포함했다.
예를 들어 비밀번호 입력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잘못 입력하셨습니다’라고 고객의 행동을 지적하는 대신 ‘비밀번호를 다시 확인해 주세요’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고객에게 책임을 묻는 듯한 표현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비스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단순히 ‘서비스 이용 시간이 아닙니다’라고 알리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이용 가능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이후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까지 제공해 고객이 다음 행동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SKT는 UX 라이팅의 기준을 크게 ‘쉬운 말’, ‘도움이 되는 말’, ‘믿을 수 있는 말’, ‘공감하는 말’ 등 네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전문적인 표현을 줄이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요금제별로 혜택이 상이합니다’ 대신 ‘요금제별 혜택이 다릅니다’라고 쓰고, ‘세션이 만료되었습니다’와 같은 IT 용어는 ‘로그인 시간이 지났습니다’처럼 이용자가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꾼다.
사회적 변화도 언어 기준에 반영했다. 특정 가족 형태나 성별, 개인의 특성을 일반적인 기준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을 줄이고 보다 포괄적인 언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효자 상품’은 ‘인기 상품’, ‘부모님 동의’는 ‘보호자 동의’ 등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모지에 대한 기준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모지가 문자 정보를 대신할 경우 장애가 있는 고객 등이 안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핵심 정보는 반드시 글로 전달하도록 했다. 이모지 사용 시 특정 피부색이나 성별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피하는 기준도 포함했다.
SKT가 이번 가이드에서 한발 더 나아간 부분은 AI를 활용한 실제 업무 적용이다.
구성원이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가이드를 직접 찾아가며 문구를 확인하는 방식 대신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 ‘소통이’를 통해 고객 안내 문구를 즉석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소통이’에는 UX 라이팅 가이드를 포함해 사내 커뮤니케이션 관련 가이드 23종과 약 5만건의 언어 검토 데이터가 반영됐다. 외부 데이터와 연계해 새롭게 등장하는 신조어의 적절성도 판단하고,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에 포함된 위험 요소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에 따라 SKT 구성원은 배너와 상품·이벤트 페이지, 공지사항 등 고객이 실제로 접하는 다양한 화면의 문구를 ‘소통이’로 점검하고 대체 표현을 추천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 서비스가 기능 중심 경쟁에서 사용자 경험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UX 라이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통신 서비스는 요금제와 할인, 인증, 가입·해지 등 고객이 이해해야 할 정보가 많은 만큼 같은 기능이라도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이용 편의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해당 문구를 접하는지, 그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까지 고려해야 실제 서비스 경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해 이런 언어 기준을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대규모 조직에서는 서비스와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고객에게 전달되는 문구 역시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일관된 언어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AI 기반 검토 체계가 정착하면 서비스별 표현 편차를 줄이고 고객 접점 전반의 언어 품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SKT는 앞으로도 고객과 접하는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 가이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