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별기고] 세종대왕이 남긴 위대한 유산, 한글은 AI 시대에도 빛난다
[한글날 특별기고] 세종대왕이 남긴 위대한 유산, 한글은 AI 시대에도 빛난다
  • Korea IT Times 편집국
  • Published 2026.10.1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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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반포 580주년·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글 | 만리풍취 정연태

2026년 10월 9일, 오늘은 제580돌 한글날이다. 올해는 특별한 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80년이자, 일제강점기인 1926년 우리 선조들이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한글날을 제정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580년 전 세종대왕은 백성에게 글자를 선물했다. 그리고 100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도 그 글자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오늘 우리가 아무런 불편 없이 읽고 쓰는 한글에는 백성을 사랑했던 임금의 마음과 민족의 정신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헌신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위대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글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향한 사랑에서 탄생한 문자이며, 오늘날 디지털 문명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까지 이어지는 위대한 지적 유산이다.

1.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든 왕, 세종대왕의 리더십

1443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하고, 1446년 이를 반포했다. 당시 조선의 지식과 행정은 한자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한자를 익히기 어려웠던 일반 백성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거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세종대왕은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그 마음이 담겨 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뜻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우므로, 누구나 쉽게 배우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당대의 최고 권력자였다. 기존의 한자 중심 질서는 지배계층에게 유리했다. 문자를 알고 지식을 독점하는 것은 곧 권력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은 그 장벽을 허물고자 했다. 지식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누려야 할 자산이라는 철학이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지식의 대중화이자 교육 기회의 확대를 지향한 혁신이었다. 백성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연구하며, 그 성과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귀감이 된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문자를 만든 것이 아니다. 역사에 이름조차 남기기 어려웠던 평범한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었다. 나는 이것이 세종대왕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2. 한글은 과학과 철학이 만난 위대한 발명품이다

한글은 세계 문자사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창제 시기와 목적, 제작 원리와 창제자가 역사적 기록으로 전해지는 체계적인 문자이기 때문이다. 기본 자음인 ㄱ, ㄴ, ㅁ, ㅅ, ㅇ은 발음기관의 모양이나 특징을 본떠 만들었다. 모음에는 하늘·땅·사람이라는 천지인(天地人)의 철학을 담았다.

인간의 발음 원리를 분석한 과학적 사고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사유가 하나의 문자 체계에 결합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제한된 수의 자모를 조합해 수많은 음절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한글은 기본 자모 24개를 사용하며, 유니코드에서는 현대 한글 완성형 음절 11,172개를 규칙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조합적 구조는 컴퓨터의 문자 처리와 입력 체계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세종대왕이 580년 뒤의 컴퓨터를 예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문자 체계가 현대 정보기술과도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한글의 위대함은 단순히 배우기 쉽다는 데만 있지 않다. 인간의 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복잡한 표현을 간결하고 체계적인 원리로 구현했다는 창조적 지혜에 있다.

우리는 이러한 선조의 업적을 민족적 자부심을 넘어 인류 문명사에 기여한 지적 성취로 평가해야 한다.

3. 한글이 바꾼 대한민국의 운명

한글이 반포되었다고 해서 모든 백성이 곧바로 문자를 자유롭게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한자는 지식과 행정의 중심에 있었지만, 한글은 서서히 백성의 삶 속으로 스며들었다. 여성들의 편지와 생활 기록, 한글 소설과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글은 민족의 정신을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 되었다.

1926년 일제강점기, 조선어연구회 등 한글운동에 참여한 선각자들은 ‘가갸날’을 제정했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우리말과 글을 지킨다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를 지키는 일이었다. 주시경과 최현배를 비롯한 수많은 국어학자와 교육자, 한글운동가들은 우리말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글이 존재한다.

해방 이후 한글은 국민교육과 지식 보급, 문화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성장을 한글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배우기 쉬운 문자 체계가 국민의 문해력 향상과 지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면, 후대의 선조들은 그 한글을 지켜 오늘의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풍요로운 지식문화는 결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4.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 한글의 새로운 가치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문자는 종이를 넘어 디지털 정보가 되었다. 한글의 자모 결합 원리는 컴퓨터 자판과 문자 처리 기술에 체계적으로 적용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한글을 입력하고, 한국어로 인터넷을 검색하며,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이제 인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생성하며 방대한 지식을 분석한다. 과거에는 인간이 컴퓨터의 명령어를 배워야 했다면, 이제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처리하고 인간과 대화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기서 한글과 한국어는 새로운 가능성을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한국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풍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한국어 데이터가 필요하다. 우리의 역사와 철학, 과학과 기술, 법률과 행정, 문학과 문화에 관한 지식을 한국어로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물론 한글의 과학적 구조만으로 인공지능의 한국어 처리 능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의 문법과 의미, 데이터의 품질과 인공지능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한글의 체계적인 문자 구조는 디지털 환경에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 나는 앞으로 국가의 언어 역량이 디지털 주권과 지식주권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국의 언어로 지식을 생산하고 보존하며 인공지능을 통해 활용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글을 몰라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580년 전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과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5.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한글만이 아니라 그 정신이다

오늘날 한국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배우고 사용하는 언어로 성장하고 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와 문학 등 한국문화의 확산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나라를 빼앗기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던 민족의 언어가 이제는 세계인이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하는 언어가 되었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변화다.

그러나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한글에 대한 자부심만이 아니다. 그 속에 담긴 세종대왕의 정신을 함께 전해야 한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의 어려움을 살피는 마음, 배움의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열어주려는 철학, 새로운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정신, 그리고 자신의 권력보다 국민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의 책임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어려운 외래어와 전문용어를 불필요하게 남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국민을 위해 작성하는 공공문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가득한 경우가 있다. 세종대왕이 살아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한글을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래어를 배척하는 일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우리말을 가꾸는 일이다. 우리의 자녀와 손자손녀들이 한글을 배울 때 ㄱ, ㄴ, ㄷ을 익히는 데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글자가 어떤 마음에서 태어났는지, 선조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며 지켜왔는지 함께 배우기를 바란다.

진정한 역사교육은 과거의 위대함을 자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을 오늘의 삶에서 실천하는 데서 완성된다.

6. 세종대왕의 580년 전 지혜, 천 년의 미래를 밝히다

오늘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가 그를 위대한 왕으로 기억하는 까닭은 거대한 영토를 정복했거나 화려한 궁궐을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백성들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문자를 남겼다. 그 문자는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편지를 쓰게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 책을 읽고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우리 국민이 한글로 과학을 연구하고, 문학을 창작하며, 세계와 소통하고, 인공지능과 대화하고 있다.

어쩌면 세종대왕이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문자 자체를 넘어 평범한 사람도 지식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우리가 누리는 교육과 문화, 과학기술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결코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 생각한다. 그 뒤에는 나라를 지키고 문화를 발전시키며 후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던 수많은 선조가 있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존경해야 한다. 그 감사와 존경은 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를 지키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키며, 후손들에게 더욱 풍요로운 정신적 유산을 남기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오늘, 우리는 다시 세종대왕에게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지식은 누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 580년 전 세종대왕은 이미 그 답을 남겼다.

백성을 위해서였다.

기술의 위대함은 얼마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느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이것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이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오늘 제580돌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수많은 선조에게도 머리를 숙인다. 그들이 지켜낸 문자로 우리는 오늘도 글을 쓰고, 사랑을 이야기하며, 내일의 꿈을 기록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세종대왕의 위대한 유산을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실천해 후손들이 더욱 자랑스러워할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그리고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영원한 미래다.

2026년 10월 9일, 제580돌 한글날을 기념하며. 

글쓴이 | 만리풍취 정연태

필자 소개

정연태(필명: 만리풍취)는 문화사상가이자 정책전략가다. 역사와 철학,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융합적 관점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 문명과 AI 시대의 미래 가치로 재해석하는 연구와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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