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 데이터센터·전력·냉각·배터리까지 AI 인프라 사업 확장
삼성전자가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Helix Digital Infrastructure)에 5억달러를 투자하면서 AI 산업에서의 사업 영역을 반도체 중심에서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의 최종 수요와 직접 연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연산량 증가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네트워크, 메모리 등에 대한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KB증권은 30일 삼성전자의 헬릭스 투자를 두고 전략적 가치 재평가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과 이창민 연구원은 이번 투자의 의미에 대해 "단순한 재무적 지분투자를 넘어 삼성전자가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최상단에 직접 진입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6개사는 전날 헬릭스에 총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5억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5개 관계사가 합계 5억달러를 분담한다. 헬릭스는 글로벌 투자회사 KKR이 설립했으며 올해 6월 출범했다.
헬릭스의 사업 범위는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개발에 한정되지 않는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개발·운영을 비롯해 발전, 송·배전 인프라, 광통신망과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통합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전 CEO인 아담 셀립스키가 이끌고 있으며, KKR과 쿠웨이트투자청(KIA), 엔비디아, 미국 전력회사 비스트라 등이 창립 투자자로 참여했다.
AI 산업의 투자 초점이 GPU와 반도체에서 데이터센터 자체를 움직이는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냉각 시스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배터리와 UPS, 데이터 전송을 위한 광통신망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전력 확보는 AI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헬릭스 역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함께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자체 투자와 비스트라와의 협력을 통해 전력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헬릭스 투자를 통해 이 같은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 관계사별 역량을 접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와 냉각 기술을,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와 발전 인프라의 건설·엔지니어링 역량을 제공할 수 있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과 GPUaaS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데이터센터용 배터리와 무정전전원장치(UPS) 관련 사업을 담당할 수 있다. 삼성 관계사들이 각자의 사업 역량을 하나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에 결합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삼성전자가 기존의 'AI 부품 공급자'에서 AI 인프라 생태계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자로 영역을 확대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헬릭스 투자 자체가 곧바로 삼성전자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향후 실제 프로젝트 수주와 반도체·냉각·배터리 등 관계사 제품의 공급 확대 여부가 사업적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메모리 업황도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KB증권은 내다봤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와 4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15~20% 상승하고, 내년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메모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3사의 생산능력이 2028년까지 사실상 모두 판매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는 가운데 공급 확대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만큼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D램 시장의 가격 결정력이 수요자보다 공급자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AI 투자 사이클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KB증권은 앞서 9월 보고서에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2027년 AI 인프라 투자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조3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AI 모델 개발 일정에 일부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된 실제 주문 흐름은 견조하다는 분석이었다.
결국 삼성전자의 헬릭스 투자는 메모리 수요 증가라는 기존의 AI 반도체 수혜 구조를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냉각,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 관계사들과 함께 참여할 경우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 기회를 보다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AI 인프라의 핵심 자산으로 메모리의 희소성과 전략적 중요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전략적 가치도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