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홍콩·런던·인도에서 고른 성과…인도 Sharekhan까지 장기 글로벌 투자 결실 가시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해외 거점을 만드는 것과 해외사업을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 오랫동안 자본과 시간을 투입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단순한 해외 거점을 넘어 회사의 실질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는 축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약 6,091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이 해외법인 이익의 37%, 홍콩이 35%, 런던이 18%, 인도가 5%를 차지했다. 해외법인의 연결 세전이익 기여도는 약 24%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상승했고, 해외법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4.8%까지 높아졌다.
한 지역이나 특정 투자자산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미국·홍콩·유럽·인도 등 서로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이익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 글로벌 금융회사로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전략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1992년 뉴욕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미국 지주회사와 투자법인을 세웠다. 홍콩에는 1994년, 베트남에는 2007년, 브라질에는 2010년, 싱가포르에는 2012년, 인도에는 2017년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오랜 기간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확대해왔다.
초기에는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시장에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주식·채권 중개뿐 아니라 기업금융(IB), 자기자본투자(PI), 자산관리(WM), 리서치 등으로 현지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법인 역시 브로커리지에 국한되지 않고 IB와 PI, 자산관리 등 복수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이 구축하려는 것은 한국 투자자에게 해외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사업’보다는 현지 고객과 현지 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 플랫폼에 가깝다.
인도에서 드러나는 미래에셋의 장기 전략
그중에서도 인도는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인도 현지 증권사 Sharekhan을 미래에셋 체제로 편입했다. 기존 인도법인의 디지털 플랫폼 m.Stock과 전통적인 풀서비스 증권사인 Sharekhan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다.
Sharekhan은 1995년 설립된 인도의 대표적인 리테일 증권 플랫폼 가운데 하나다. 2025년 말 기준 320만명 이상의 고객과 900개 이상의 지역 네트워크, 4,000개 이상의 자체 지점 및 파트너 거점을 갖추고 있으며 고객자산은 3조루피를 넘어선다.
미래에셋이 인도에서 단순히 한국 자본을 운용하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머물지 않고 현지 리테일 금융시장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의 목표도 장기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Vision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인도 WM 부문의 운용자산(AUM)을 8조루피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Sharekhan 역시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 회사에서 프리미엄 자산관리 금융회사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경제 성장과 금융자산 확대를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 입장에서는 단순한 해외법인 하나가 아니라 장기간 성장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핵심 시장을 확보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해외법인 24%의 의미
더 중요한 변화는 글로벌 사업을 바라보는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평가할 때는 몇 개 국가에 진출했는지, 현지법인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중요한 지표였다. 앞으로는 해외에서 실제로 얼마나 지속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세전이익 기여도가 24%까지 높아졌다는 것은 하나의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이 여전히 핵심 기반이지만 전체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브로커리지와 금융상품 판매가 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6,25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6% 증가했고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수익은 1,31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새로운 이익원을 키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증권사’라는 경계를 어디까지 넓힐까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전략이 완성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현지 금융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수십 년간 추진해온 해외 투자를 다시 평가하게 만드는 숫자를 보여준다.
해외법인 세전이익 6,091억원과 이익 기여도 24%라는 지표는 해외사업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한 투자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홍콩 같은 글로벌 금융 허브에서 투자 역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인도에서는 대규모 리테일·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도 차별화된 행보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의 다음 경쟁은 국내 증권사 간 순위 경쟁에만 있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서 확보한 자본과 투자 역량을 세계 주요 금융시장으로 확장하고, 현지에서 고객과 자산을 확보해 다시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느냐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오랜 기간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던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투자가 이제 ‘해외 진출’이라는 단계에서 ‘글로벌 이익 창출’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