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인디애나 생산거점에 미국 AI R&D센터까지…기술 주도권 강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반도체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SK하이닉스가 HBM 이후를 겨냥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글로벌 생산·연구개발(R&D) 기반 확대에 나선다.
HBM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단일 제품에 머물게 하지 않고 차세대 AI 메모리와 첨단 패키징, 시스템을 아우르는 기술 우위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2026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글로벌 AI·반도체 분야 전문가와 미국 주요 대학 연구진 등이 참석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HBM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처럼 차세대 메모리를 통해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특히 AI 산업 성장과 메모리 수요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 없이 AI 산업도 성립할 수 없다”며 “AI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AI 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에서 ‘차세대 AI 메모리’로 경쟁 축 이동
SK하이닉스가 이번 포럼에서 강조한 것은 현재의 HBM 경쟁력보다 그 이후의 기술 변화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AI 모델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메모리는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부품에서 AI 시스템의 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가 고도화될수록 연산장치 자체의 성능 향상만으로는 시스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 전력 효율은 물론 첨단 패키징과 시스템 설계까지 함께 최적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글로벌 포럼의 패널 토론 주제도 ‘기술의 변곡점에서, 메모리의 다음 챕터를 열다’로 정해졌다.
참석자들은 기존에는 반도체 설계와 공정, 메모리, 패키징 등이 각각의 성능 향상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하고 시스템 전체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는 접근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라운드테이블 역시 설계와 공정·소자, 어드밴스드 패키지, 시스템 등 4개 분야에 걸쳐 8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SK하이닉스는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HBM을 비롯한 주요 제품과 기술도 소개했다.
용인·인디애나 이어 미국 AI R&D센터…글로벌 거점 확장
차세대 메모리 전략은 생산 및 R&D 투자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중장기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인디애나주에는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글로벌 AI R&D센터를 신설해 현지 빅테크와 연구기관, 반도체 생태계와의 기술 협력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준비 중인 신규 글로벌 생산 거점과 연구 기반을 통해 지금의 기술 우위와 시장 경쟁력을 굳건히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AI 메모리 경쟁이 제품 개발만으로 결정되기보다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패키징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포럼도 인재 확보에서 기술 생태계 연결로
SK하이닉스는 2012년부터 글로벌 포럼을 열고 해외 반도체 전문가와 연구진에게 회사의 기술 전략과 성장 방향을 소개해왔다.
초기에는 해외 우수 인재 확보와 네트워크 구축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AI와 반도체 분야의 연구자들이 차세대 기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 곽 사장이 용인 클러스터와 미국 인디애나 생산기지, 글로벌 AI R&D센터를 함께 제시한 것도 인재와 기술, 생산 기반을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도 HBM 공급능력을 넘어 차세대 제품 개발과 첨단 패키징, 고객사와의 협업 역량으로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에서 확보한 시장 입지를 기반으로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과 글로벌 생산·R&D 인프라를 동시에 강화하며 HBM 이후의 시장 변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