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세계 농업협동조합을 대표하는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직을 연이어 맡는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농촌 인구 감소 등 농업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가운데 한국 농협의 국제 협력 활동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강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ICAO 총회에서 회장으로 재선출돼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한다. ICAO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산하의 농업 분야 조직으로, 세계 각국의 농업협동조합을 연결하는 국제 협력기구다. 현재 35개국 45개 농업협동조합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 협동조합 간 정책과 사업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024년 ICAO 회장으로 처음 선출된 이후 농업협동조합 간 국제적인 연대 강화에 주력해왔다. ICA 이사와 ICA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이사 등도 맡으면서 국제 협동조합 무대에서 한국 농협의 역할을 확대해왔다.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ICAO 총회를 통해 한국 농협의 국제적 위상을 알리고 세계 농업협동조합의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회원 기관들은 기후변화와 식량안보를 비롯해 농촌의 지속가능성, 청년 및 여성 농업인의 참여 확대, 농업인의 권익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총회에서는 세계 농업협동조합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방향을 담은 ‘서울 선언문’도 채택됐다. 농업 생산과 유통을 넘어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생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급변하는 농업 환경에 협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강 회장의 두 번째 임기는 이러한 국제 협력 기조를 이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농업은 이상기후의 빈도 증가와 농업 생산비 상승, 농촌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여러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가별 농업 환경은 다르지만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농업인의 소득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협동조합 간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정책 경험을 교환하는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업 기술과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 농업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은 향후 국제 협력에서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농업의 디지털 전환도 주요 관심사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스마트팜 등 새로운 기술이 농업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협동조합의 역할 역시 생산자 지원과 유통을 넘어 기술 활용을 돕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각국 농업협동조합이 보유한 기술과 현장 경험을 공유할 경우 농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청년농업인 육성과 여성농업인의 참여 확대도 주요 과제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젊은 세대의 농업 진입을 지원하고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농협 역시 청년농업인 지원과 농업 경쟁력 강화, 디지털 농업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국제기구를 통한 경험 공유와 협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회장은 재선출 직후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등 세계 농업이 마주한 위기 앞에서 협동조합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서울선언문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농업협동조합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인이 존중받는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연임으로 농협중앙회는 향후 4년간 ICAO를 중심으로 세계 농업협동조합과의 협력 관계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같은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은 물론 농업인의 경쟁력 강화와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 협력도 주요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