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6] 데이터는 국가 인프라다 —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검증 가능한 산업 성과로 입증해야
[기획 6] 데이터는 국가 인프라다 —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검증 가능한 산업 성과로 입증해야
  • 정연수
  • 승인 2026.09.27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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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 AI 기업가치 35억 달러·연환산 매출 3억7,500만 달러…전문 데이터와 강화학습 환경에 자본 유입

데이터 구축량 넘어 AI 서비스 출시시간·생산성·비용 절감·민간투자·수출로 정책 성과 측정해야

 

연재 구성

①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다
② 데이터는 어떻게 산업 자산이 되는가 — 양재수 원장이 제시한 검증체계
③ 데이터스트림즈, 신뢰 기반 AI 준비 데이터 생태계를 세계시장으로 확장하다
④ 자하오 쑨 FLock.io CEO “원천 데이터는 남기고 AI는 함께 학습한다”
⑤ 하십울 하크 Causal Dynamics Lab CEO “AI 에이전트에는 운영 맥락과 책임 체계가 필요하다”
⑥ 종합 분석 —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 검증 가능한 산업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데이터의 경쟁력은 보유량보다 AI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 일러스트레이션= Korea IT Times

 

AI 경쟁에서 데이터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대규모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던 단계에서 품질과 전문성, 업무 맥락을 갖춘 데이터를 실제 학습과 평가에 활용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이번 "데이터는 AI 시대의 국가 인프라다" 주제의 기획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을 추적한 결과, 데이터 품질과 메타데이터, 계보, 온톨로지, 개인정보 보호, 기여도 평가, 운영 맥락이 AI 활용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 나타났다.

이제 핵심은 이 인프라가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는가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AI 데이터 기업 스노클 AI(Snorkel AI)의 성장은 하나의 실증 사례를 제공한다. 2019년 스탠퍼드 AI 연구소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최근 3억5,000만 달러를 신규 조달하며 기업가치 3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로이터는 연환산 매출이 1년 전 약 2,000만 달러에서 3억5,000만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고, 회사는 9월 22일 자체 발표에서 3억7,5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매출이 발생한 분야다. 스노클 AI는 코딩과 법률, 의료 등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사람의 지식과 AI 자동화를 결합해 학습 데이터와 강화학습 환경을 구축한다. 회사에 따르면 데이터 서비스 사업은 출시 후 약 1년 만에 빠르게 성장했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에서 운영 맥락까지

스노클 AI의 사례는 이번 기획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제기한 과제들 실제 시장과 연결해 보여준다.

양재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은 AI 경쟁력의 출발점을 품질과 신뢰성이 확보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서 찾았다. 품질인증과 가치평가, 안전한 유통체계가 갖춰져야 기업과 기관이 데이터를 실제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영상 데이터스트림즈 대표는 데이터 인프라를 AI의 성능과 신뢰성을 떠받치는 ‘지반과 기초’로 규정했다. 데이터 패브릭과 메타데이터, 품질, 계보, 온톨로지를 연결해 기업과 기관에 흩어진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자하오 쑨(Jiahao Sun) FLock.io 대표는 기관 간 데이터 활용의 조건을 제시했다. 원본 데이터를 한곳으로 옮기지 않는 연합학습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집계, 참여자의 기여도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Causal Dynamics Lab의 하십울 하크(Hasibul Haque)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실제 시스템에서 행동하려면 데이터 접근과 함께 운영 환경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드와 인프라, 보안정책, 소유권, 과거 운영 사건을 연결하는 ‘운영 맥락(operational context)’과 AI가 어떤 근거와 권한으로 행동했는지 추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을 연결하면 데이터 인프라의 범위가 선명해진다. 데이터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에서 출발해 의미와 관계를 구조화하고, 기관 간 안전한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AI가 실제 업무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운영 체계까지 이어진다. 

스노클 AI는 이 가운데 전문 데이터와 평가 환경을 사업으로 연결한 사례다. 단순한 데이터 가공 인력을 공급하는 대신 전문가와 AI를 결합해 만든 데이터와 강화학습 환경을 AI 연구소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 미국 정부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

알렉스 래트너(Alex Ratner) 스노클 AI 공동창업자 겸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AI 발전은 점점 데이터 중심이 될 것”이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개발을 단순한 인력과 외주 작업이 아니라 연구와 기술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필요한 데이터도 복잡해지고 있다. 코딩 에이전트를 예로 들면 코드와 정답만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실제 개발 환경에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평가 기준을 우회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AI 데이터 시장은 데이터세트에서 학습·평가 환경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느냐만큼” AI의 행동을 어떻게 시험하고 측정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데이터 정책도 ‘성과표’가 필요하다

한국의 다음 과제는 데이터 투자가 산업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정책 평가 기준도 데이터 구축 건수와 용량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공공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AI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걸린 시간, 데이터 정제와 통합으로 줄어든 개발 비용, AI 도입 이후의 생산성 변화,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만든 매출과 민간투자,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 수출 실적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런 지표가 있어야 데이터 정책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연결고리를 검증할 수 있다. 데이터 구축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더라도 기업의 AI 개발 시간이나 비용에 변화가 없다면 정책 효과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특정 산업 데이터가 AI 제품 개발을 앞당기고 해외 매출까지 만든다면 이를 다음 투자와 정책 설계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제조업과 반도체, 의료, 금융, 건설, 조선 등 전문 산업에서 오랜 기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 분야에서는 생산 공정과 진단, 설계, 품질관리 과정에 축적된 전문가의 판단과 업무 맥락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처럼 외부로 반출하기 어려운 데이터도 원본을 기관 내부에 보관한 채 공동 학습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연합학습에는 개인정보 보호장치와 참여기관별 기여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생산 시스템에 접근할 때는 사용한 데이터와 부여받은 권한, 판단 근거와 실행 결과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통제와 책임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스노클 AI의 기업가치 35억 달러가 한국이 따라야 할 목표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가치는 투자자의 미래 기대를 반영하며, 연환산 매출 역시 특정 시점의 매출 속도를 연간으로 환산한 수치이므로 확정된 연간 매출과 구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시장이 어떤 데이터에 비용을 지불하는가다. 기업들은 특정 산업의 전문가 지식이 담긴 데이터를 확보하고,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훈련받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와 훈련·평가 서비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국도 데이터 정책의 성과를 AI 개발 기간과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매출과 수출로 이어진 결과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AI 시대의 데이터 인프라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생산성과 매출, 수출 등 산업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한국의 데이터 경쟁력도 그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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