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경쟁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AI를 둘러싼 뚜렷한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다. 정상회담 전 미국이 제안했던 중대한 AI 사고 상호 통보체계도 공식적인 양국 메커니즘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장기금리가 5%대로 올라서면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의 자본비용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속에서 자체 AI 칩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확대하고 산업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미·중 AI 경쟁은 모델 성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하며 AI를 실제 산업의 생산성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함께 중요해지고 있다.
정상회담, AI 경쟁은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무역 휴전을 연장했지만 AI와 대만 등 주요 현안에서는 구체적인 돌파구를 내놓지 못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중국에 중대한 AI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서로 알리는 통보체계를 제안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공식 합의로 발표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정상회담에 앞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AI 문제를 논의하며 양국 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제안은 첨단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별도로 양국이 중대한 AI 위험에 대해서는 직접 소통할 통로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중국의 공식적인 호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도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기술통제를 위험관리 논의와 분리하고 있다. 기술 경쟁은 지속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AI 위험에서는 제한적인 소통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조다.
다음 확인 지점은 양국의 후속 실무협상이다. AI 사고 통보체계가 다시 논의되는지, 별도의 AI 대화채널이 만들어지는지, 첨단 반도체 통제가 어떻게 유지되는지가 미·중 AI 관계의 다음 정책 신호가 된다.
AI 경쟁에 자본비용이 들어왔다
기술 경쟁과 함께 금융 여건도 AI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변수로 들어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대로 올라서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에 필요한 자금조달 비용도 압박을 받고 있다. AI 투자가 회사채와 프로젝트 금융에 의존할수록 장기금리 상승은 투자수익률과 사업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그동안 AI 투자 경쟁에서는 빅테크의 자본지출 규모가 핵심 지표였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에 필요한 투자액이 커지고 외부 자금조달도 확대되면서 투자 규모만으로 AI 인프라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앞으로는 회사채 금리와 프로젝트 금융비용, 데이터센터 가동률, AI 서비스가 만드는 현금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같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더라도 자본비용이 높아지면 요구되는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AI 투자 경쟁에 새로운 기준이 추가됐다.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가와 함께 그 자본을 어떤 비용으로 조달하고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중국 AI 경쟁력, 모델 순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응해 자체 컴퓨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와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대규모 모델을 연결하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자체 AI 가속기 ‘전우 V900(Zhenwu V900)’을 공개하고 2032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을 20기가와트(GW)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디 우 알리바바 최고경영자는 회사가 모델과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기술 전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화웨이도 중국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최근 중국 AI 모델이 미국의 선도 모델과 같은 수준의 첨단 위험을 논할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화웨이는 동시에 중국 내 AI 컴퓨팅 장비 수요를 현재 생산능력만으로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중국 AI의 강점과 제약을 동시에 보여준다. 최첨단 반도체 접근에는 제약이 있지만 자체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하고 제조업과 전기차, 전자상거래, 금융, 물류 등 광범위한 산업에 AI를 적용할 기반을 갖고 있다. 중국 AI 경쟁력을 판단할 때 모델 벤치마크 하나만 보는 방식으로는 이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국의 AI 경쟁을 취재해 온 전문가들도 어느 국가가 앞서 있는지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최첨단 모델과 반도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깊은 자본시장을 갖고 있다. 중국은 자체 컴퓨팅 기반을 구축하면서 거대한 산업시장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양국의 강점과 제약이 다른 만큼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도 모델 성능에서 인프라와 자본, 산업 적용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24일 정상회담은 미·중 AI 경쟁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 경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를 지탱할 경제적 기반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중 AI 경쟁은 모델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컴퓨팅 자원과 자본조달 능력, 산업 적용을 실제 생산성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힘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AI 경쟁의 중심은 더 큰 모델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누가 AI를 지속 가능한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느냐가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