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권 변호사 칼럼 | 연인 사이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24부)
홍승권 변호사 칼럼 | 연인 사이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24부)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9.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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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9부 | 사업상 자금 융통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주의할 점
10부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1부 | 집주인이 수리를 미룬다면…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12부 | 원사업자가 잠적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13부 | 경찰 조사를 처음 받는다면 알아야 할 것들
14부 | 토지거래허가구역 계약, 허가 전에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5부 | 범죄 목적을 숨기고 들어간 타인의 주거, 주거침입인가?
16부 | 타인을 사칭하여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는 경우도 처벌될 수 있다
17부 | 강제추행은 언제 성립할까?
18부 | 누수가 발생해 공사를 해야 할 때, 임차인이 공사 방법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
19부 |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는 어디까지인가?
20부 | 주택가에서 욕설하면 모욕죄가 성립할까?
21부 | 세무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상담만 받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22부 | 무연고로 개장된 조상 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23부 | 캄보디아 사기조직, 조직 전체의 범죄를 개인에게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24부 | 연인 사이의 성관계 동영상 촬영,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글 | 홍승권 법률사무소 판의 대표변호사 (skh@law-pan.com)

연인 사이에서는 서로의 동의 아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므로 촬영대상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동의는 명시적으로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서는 주로 묵시적인 동의가 문제 된다. 예컨대 촬영대상자가 처음 몇 번은 분명히 촬영을 허락하였고, 그 뒤로는 별말이 없었다면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다. 동의가 꼭 말로 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은 두 사람의 관계, 촬영 내용, 촬영 당시의 상황을 종합해 묵시적 동의를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침묵한 경우, 관계가 틀어질까 두려워 거절하지 못한 경우,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경우, 촬영 사실을 뒤늦게 안 경우 등에는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과거에 연인과 몇 차례 합의하여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더라도, 이후 상대방이 잠든 사이 몰래 촬영하거나 휴대전화를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촬영하였다면 이전의 동의를 근거로 그 촬영에도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법원도 촬영대상자가 촬영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거나,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영상이 저장되었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묵시적 동의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촬영에 대한 동의와 촬영된 영상의 보관·제공·유포에 대한 동의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가령 “그 자리에서 보고 바로 삭제하자”는 조건으로 촬영에 동의하였는데 상대방이 약속과 달리 영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촬영 당시 적법한 동의가 있었던 영상을 단순히 계속 보관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초 촬영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영상에 대한 모든 처분권까지 상대방에게 준 것은 아니므로, 이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는 별도의 처벌 대상이 된다.

디지털 영상은 한번 생성되면 복제와 전송이 매우 쉽고, 그 피해 역시 되돌리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일수록 오히려 동의의 범위를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인이라는 관계의 특성상 촬영에 대한 동의가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촬영을 허락하는 입장이라면, 향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촬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촬영을 허락받는 입장이라면 이번에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촬영에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영상을 계속 보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면 또 다른 범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필자 소개

홍승권은  법률사무소 판의 대표변호사로 민사·형사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재산권 질서, 규제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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